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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수목사 | 163 고난에 동참하는 영성 2020-03-28 10: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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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세계에서 하나님은 현대인의 인식과 삶에서 밀려나 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공급하시고 관여하심에도 현대인은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하나님 없이 산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성인이 된 세계는 무종교의 시대요, 성인이 된 현대인은 하나님 없는 인간이라고 일갈한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돌보심을 고집스럽게 부인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천사의 음식 만나로써 풍족할 만큼 내려주시고, 고기를 먼지처럼 내려주시고, 새를 바다의 모래처럼 쏟아 주셔서 마음껏 먹고 배부르게 하셨지만 그들은 여전히 죄를 지으며 기적을 믿지 않았다(시 78:25-32).
 
이스라엘은 고집 센 백성이었다. 고집을 부리는 것은 우상을 섬기는 죄와 같다(삼상 15:23). 광야는 고난의 여정이었지만 광야를 지나야만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다. 본회퍼는 종교주의에 빠진 값싼 은혜의 생활을 즐기는 종교적 그리스도인을 경계한다. 죄에 대한 고백이 없는 성만찬, 회개없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설교, 옛사람은 죽고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의미를 되새기지 않는 침례, 회개 없는 면죄가 값싼 은혜이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으며, 성육신적 삶을 살지 않는 종교인이 향유하는 은혜가 바로 값싼 은혜이다. 이는 그들이 고집 센 사람으로 복음을 따라 살기로 마음을 바꾸어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다급하게 하나님을 찾는다. 삶의 중심에 하나님이 계셔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고 성령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삶이 아니라 극한 위기에 처했을 때 생존 키트처럼 하나님을 찾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세속세계 속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부르셨다. 본회퍼는 고난과 하나님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연적이고 하나임으로 빨리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행복보다는 고난에 더 가까이 계시고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찾는 것이 오히려 평화와 안식과 강하고 담대한 믿음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한다.
 
이 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고난 즉 질병, 가족을 잃은 상실감, 실패, 위협, 공포, 핍박, 억눌림, 우울, 위급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향해 얼굴을 들고 그 분의 임재를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공동체 안에 정주(stability)해야 한다. 종교적인 열심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세속적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은 내 십자가를 지는 생활이다. 곧 성육신적 삶이다. 나의 유익을 추구하기 앞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순위가 되고 이웃이 먼저인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효율성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육신적 영성을 따라 끊임없이 나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묻는 삶이다. 본회퍼의 십자가 신학은 세상 속에서 타자를 위해 존재했던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라 사는 삶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피동적으로 고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고난에 참여해야 한다. 고난으로의 부르심은 은혜이며 성도의 소명이다.
 
그리고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려고 할 때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풍족하게 공급해 주신다. 본회퍼는 종교적 행위가 기독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고난에 동참할 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고난을 회피하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없게 된다. 하나님의 풍성함은 영적일 뿐만 아니라 물질적이다. 바울은 이 풍성함의 원리를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반문한다. 영적인 것으로 씨를 뿌렸으면 물질적인 것으로 거둔다고 해서 지나친 일이겠냐고(고전 9:11).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행위를 따라 하나님은 온갖 은혜가 넘치게 하시며 모든 일에 언제나 쓸 것을 넉넉하게 가지게 되어 온갖 선한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도록 이끄신다(고후 9:7).
 
바울은 빌립보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나의 고난에 동참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칭찬한다(빌 4:14). 인간은 고난을 비껴가거나 고난에서 멀어지고 싶어하는데, 내가 당하고 있는 고난에 교회가 동참하는 것을 칭찬하다니. 바울은 고난이 주는 유익을 알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분의 죽으심을 본받고 싶어했다(빌 3:10). 이 고난은 복음 때문에 당하는 고난,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고난이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당하는 고난은 오히려 특권이다(빌 1:29). 내게 있는 시간, 물질, 건강을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소진하는 삶은 아름답다. 복음의 역사가 필요한 곳에 기쁜 마음으로 헌신하고 헌금하는 사람을 하나님은 사랑하신다. 고난에 동참하는 헌신과 헌금은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제물이 되어 아름다운 향기가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퍼지면서 직간접적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별히 한국의 현황을 보면서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질병의 현장에서 최선 그 이상의 헌신으로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고난에 동참하는 이들을 축복하고 기도하며 격려한다. 몇몇 예배로 모인 교회에서 확진자가 생겨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이가 합력해서 이 어려움을 이겨내기를 기도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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