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프린트
제목
김세환목사 | 움이 트는 시간 2018-11-09 17:35:09
작성인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와목무실”(臥木無實)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운 나무에는 열매가 없다”는 뜻입니다. 모진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낸 나무라야 가지가 힘이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다가 너무 힘에 부치면, 다 포기하고 드러눕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련이 전혀 없는 평온한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가혹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접게 됩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생각해보면, 바로 그 때가 자신을 강하게 단련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입니다. 나무도 사람과 같아서 늙고 오래된 가지에서는 열매가 열지 않습니다. 새롭게 돋아난 새 가지라야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고난의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가지를 잉태합니다.

 

파릇한 새 가지가 생기려면 반드시 묵은 껍질이 깨어지는 진통의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오래된 나무 가지를 감싸고 있는 속 껍질과 겉 껍질이 모두 깨어지고 틈이 벌어질 때, 그 사이를 비집고 새 순이 돋아납니다. 이것을 “움”이라고 합니다. 외부로부터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해서 격렬한 세포 분열과 기관 분화를 통해 나무가지가 팽창하다가 껍질이 터지는 순간입니다. 딱딱한 묵은 껍질 깨지고, 움이 틀 때 식물은 많은 진통을 경험합니다. 기존의 모습이 깨어지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데 어찌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움트는 순간”이 없다면, 결코 아름다운 열매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조지아에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나무들이 뿌리가 깊지 않습니다. 깊이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언제든지 물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얕다 보니 조금만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져도 나무들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집에서 교회를 오가다 보면 숲 속에 오랫동안 쓰러져 방치되어 있는 나무들을 보게 됩니다. 크기로 볼 때 아직 젊은 나무입니다. 안타깝게도, 너무 빨리 쓰러져 버린 것입니다. 몇 개월 지나자, 넘어진 나무들이 시들다 못해 누렇게 색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썩어 가기 시작합니다. 고난을 잘 참고 이겨내면 열매를 맺는 거목(巨木)으로 뻗어갈 수 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누워 버리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더 이상 쓸모 없는 “고목”(枯木)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움트는 순간”이 올 때까지 잘 견뎌내야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도 성장할 때는 어김없이 성장통을 경험합니다. 자주 배탈이 나기도 하고, 감기에 걸리기도 합니다. 활동력이 왕성해서 그런지 관절이 아프고,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밤에 잠을 자면서 자주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악몽에 시달립니다. 한참 자랄 때는 왜 그리도 뒤숭숭한 꿈을 자주 꾸는지 모르겠습니다. 벼랑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흰 소복을 입은 입술에 피 묻은 여자가 따라오는 꿈을 꿉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런 일이 있고 나면, 키가 크고, 몸무게도 늘어납니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면이 다 그렇습니다. 그 때에는 잦은 실수와 실패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잘 버티고 견디다 보면, 어느 덧 “어른”이 됩니다.

 

예전에 어떤 젊은 목사가 제 방에 와서 아주 강렬하게 자신의 목회 철학을 열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한 데는 분명히 저에 대한 도전과 불만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돌하기도 하고 무례한 부분도 있었지만, 젊고 올곧은 패기가 너무도 매력 있고 부러웠습니다. “나도 이제는 늙어가는가 보다!” 묘한 허탈감이 들었지만, 그 목사가 나보다 더 큰 목사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했습니다.
 
“아무개 목사, 내가 조언 하나 할께요. 목사님을 보니까 부럽네요. 하지만, 매사에 자신감이 있어도 항상 조심하시고, 너무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늘 조심하세요. 목사님은 반드시 큰 일을 하는 목사가 될 겁니다.”

당당하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는 그를 보면서 묘한 마음이 엇갈렸습니다.

 

예전에 부목사 시절에 담임목사님께 바른 말을 잘 하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목사님, 책을 좀 읽으세요. 목사의 생명은 독서입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교인들이 보통이 아닙니다”, “목사님, 결단력을 기르세요.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합니다. 허허실실이 답이 아닙니다. 확실하게 본 때를 보여줘야 함부로 덤비지 않습니다”, “목사님, 그 사람은 멀리 하셔야 합니다. 그 나쁜 놈의 검은 속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때, 목사님이 당돌한 저에게 해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김 목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사는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김목사는 훌륭한 재능이 있으니, 넘어지지 말고, 크게 뻗어갔으면 좋겠네!” 화를 내시지 않고 부드럽게 조언해 주신 그 목사님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그 어른 덕에 지금 제가 간신히 서 있습니다.

 

며칠 전 그 젊은 목사가 저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았나 봅니다. 한참 풀이 죽어서 저에게 사과의 글을 썼습니다. 자신은 최선을 다 했는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는 고백입니다.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힘이 될까 생각하다가 예전에 저의 담임목사님이 해 주셨던 말씀을 그대로 적어 보냈습니다. “잊어버려요. 큰 목사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진통이 있습니다. 지금은 “움”이 트는 시간이니까, 상처받지 말고, 잘 버티고 이겨내세요.” 한 풀 꺾여서 조용히 답글을 읽고 있을 그 목사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고 아팠습니다. 주님께서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세환 목사

아틀란타 한인교회

 

 

 

 

패스워드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도배방지키
 38356544   보이는 도배방지키를 입력하세요.
추천 소스보기 목록
이전글 : 허종욱교수 | 東에서 부는 바람 西에서 부는 바람·553 - 벧엘교회 40년을 되돌아보며 ⑧ (2018-11-09 17:30:37)
다음글 : 서영섭목사와 함께 하는 QT 9 (2018-11-12 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