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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목사 | 인생, 참 모를 일입니다 2019-10-04 10: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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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두 개의 단어를 대조시켜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수사법(修辭法)을 “모순어법”이라고 합니다. 영미 문화권에서는 “악시모론”(oxymoron)이라는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똑똑하고 예리한 것을 뜻하는 “Oxys”와 어리석고 우둔한 것을 의미하는 “Moros”, 두 단어가 결합해서 만들어낸 합성어입니다. “작은 거인”, “침묵의 함성”, “고요한 혁명”, “살아있는 시체”그리고 “악한 선행”과 같은 서로 모순된 단어를 섞어서 더 강한 의미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표현법입니다. 물론, 그 방점은 대부분 뒤에 있는 단어에 찍혀 있습니다. 악시모론은 단순히 문학적인 기교법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건강에 좋은 탄산음료” (healthy soda),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 그리고 끔찍한 사랑(cruel love) 같은 것이 그 일종입니다. 서로 모순된 단어들을 대조시켜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최대치로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성경에도 이 악시모론이 종종 사용됩니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는 자”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 “거룩한 낭비” 그리고 바울 사도를 “자유케 하는 죄인”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또, “거듭난다”(born again)는 말 자체도 이미 악시모론입니다. 이미 태어난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적인 다시 태어남(spiritual rebirth)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단어 뿐만 아니라, 문장으로도 성경은 악시모론의 표현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대접하라”,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복이 있다” 그리고 “원수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들입니다.

 

예수님은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과연 똑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용서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7”은 언제나 행운과 승리의 숫자였습니다. 짜증나는 반복적인 용서를 행운의 숫자 7에 빗대어 표현한 것도 상당히 놀라운 발상입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용서하라”는 악시모론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중국 초나라에 무기를 잘 팔아서 성공한 상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화술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시전(市廛) 거리에서 무기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는 창을 높이 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이 창은 아주 강한 창이라서 이 세상의 모든 방패를 단번에 뚫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신기해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신이 난 이 무기상이 이번에는 방패 하나를 높이 들고 큰 소리로 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패는 얼마나 단단한지 이 세상의 모든 창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어떤 창도 이 방패를 꿰뚫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감탄해하며 창과 방패를 바라보고 있을 때, 맨 앞 자리에서 무기상의 말을 듣고 있던 명나라 관리 중의 하나가 상당히 난처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뚫어버릴 수 있는 당신의 그 대단한 창으로 이 세상의 모든 창을 다 막아낼 수 있는 막강한 방패를 찌른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소?” 상인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껌벅거렸다고 합니다.

 

모순(矛盾)입니다. 사물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을 이야기할 때 “모순”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깨닫는 것이지만, 이 세상은 모를 일들의 연속입니다. 워낙 말을 잘하고 똑똑해서 반드시 큰 목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친구가 목회를 접고 열심히 음악을 공부해서 음악 박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정적으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공부하고는 담을 쌓아서 졸업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했던 답답한 친구가 지금은 한국의 차세대 신학계를 이끌고 나갈 유능한 신학자가 되었습니다. 크게 사역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친구가 여전히 작은 빌딩의 지하실에서 목회를 하고, 말을 유독 더듬어서 모두의 걱정을 샀던 친구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멋지게 방송설교를 합니다. 항상 구석에서 문학소년처럼 책만 읽던 딸깍발이 샌님 친구가 지금은 한국 대부분의 환경운동과 인권운동에 앞장을 서는 투사가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한국의 뉴스 방송을 볼 때마다, 맨 앞 열에 서서 머리에는 붉은 띠를 두르고 마이크를 붙잡고 결사항전을 외치는 그 친구의 낯선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학창시절에는 “부흥사 놈들은 전부 도둑놈이라”고 외쳤던 친구가 지금은 한국교회를 이끌고 나갈 부흥사 협회의 회장이랍니다. 세상 참 어렵습니다.

 

며칠 전에 한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감신 동기 목사님이 전화를 했습니다. 같이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저보다 다섯 살 정도 많은 형입니다. 당시 예비역이었던 이 형은 잘생긴 얼굴과 능숙한 언변 때문에 요즘 세상 말로 “잘 나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았나 봅니다. 대화 중에 넋두리가 참 많아졌습니다. 그 형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수다를 떨다가 세상에는 참 모를 일 투성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했습니다. 인생이 악시모론처럼, 상반된 것들이 섞여 있어서 함부로 인생을 속단하거나 갈무리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살자는 말과 함께 통화를 끝내려는데, 전화를 끊기 바로 직전에 그 형이 저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야, 나는 너 학교 다닐 때 벙어리인 줄 알았다. 뒤 늦게 말 배워서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을 보니까, 참 신묘막측하고 귀엽다. 네가 우리 동기들 중에서 가장 특이한 놈이야.”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 변한 것만 보았지, 제가 변한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인생, 참 모를 일입니다.

겸손히 살아야겠습니다.

 

 

김세환 목사

아틀란타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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