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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 (塞翁之馬) 유감 2018-11-30 16: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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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외국과 국내를 자주 오가다보니 내가 보기에도 신기한 일이 하나 있다.
외국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 뒤에 다른 사람이 타면, 누가 타던 나도 모르게 거의 자동으로 입꼬리, 눈꼬리가 올라가며 “하이”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상대방에게서도 마찬가지로 같은 인사가 온다. 처음에는 안그랬다가 먼저 인사한 상대방이 무안해 하는 모습을 몇번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고서 나중에 타는 분께 ‘안녕하세요’하거나 두 꼬리를 올렸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다들 아시지 않는가? 절대 인사가 안 나온다.
‘새옹지마’얘기는 다들 알지만 한번 더 반복하자면, 옛날 중국 북쪽 변방의 요새에 한 노인이 살았다.
이 노인에겐 수 말 한 마리가 있었는데 당시 말은 귀한 재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웃들은 노인을 위로했지만 노인은 속상한 기색 없이 “오히려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아나요”라고 말했다. 몇 달 뒤 달아났던 말은 암말 한 마리와 여러 마리의 망아지를 데리고 돌아왔다. 이에 이웃들은 노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노인은 시큰둥한 어조로 “축하는 무슨, 이 일이 도리어 화가 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 하겠소”라고 대꾸한다.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암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이웃 사람들은 노인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위로했다.
이에 노인은 “누가 아오? 이 일이 도리어 복이 될지”라며 태연하게 말했다.
다음해 국경 너머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요새의 병사들과 젊은이를 끌고 갔다.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행방불명이 됐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를 절기 때문에 소집에 면제받아 무사할 수 있었다.
사실 그 후에 군대 소집 면제 된 아들이 잘 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는 또 모르는 얘기이지만, 이 속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한마디로 기쁠 때 기쁜 심정 표현하지 말고 슬플 때 슬퍼하지 말라는 얘기였고, 우리 같은 초로의 사람들은 다들 그런 교육을 받고 그렇게 희로애락의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 속담은 틀린 것 같다.
후배님들, 특히 남자들에게는 이 속담을 따르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어차피 우리에게 닥치는 앞날은 우리가 맘대로 못하는 것, 기쁠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원치 않게 슬픈 일도 당할텐데 기쁠 때 실컷 고무되어 있어야 슬픈 일이 생겨도 그 여력으로 슬픈 일도 넘길 수 있을텐데 항상 감정의 기복 없이 산다면 그것은 로봇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그냥 무표정, 무감정이 무슨 도인에 이르는 길 인양, 기뻐도 아닌 척, 슬퍼도 아닌 척 했다가도 실제로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지거나 정 안되겠으면 술 힘을 빌리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꺼이꺼이 괴성을 질러대는 한국 남자들...그건 위선 중에서도 아주 큰 위선 아닌가?
우리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맙시다. 본산지 중국에서도 별로 인기도 없고, 이름도 없다고 하는 유교사상이 어쩌다 한국에 들어와 수세기동안 한국 남성들의 정서를 잘못된 쪽으로 지배하는 해로움을 끼쳤는지 슬며시 억울하기까지 하다.

나 개인적으로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과거 아내가 뭘 잘했을 때, 또는 아들들이 뭘 잘했다고 자랑할 때 위대한(?) 새옹지마의 법칙에 입각하여 염장 지르는 (헛)소리를 하면 했지, 내 기억에 한번도 맞장구 쳐주며 축하해주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것은 지극히 백번 잘못한 일이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사실이던 아니든 일단은 무조건 박수쳐주고, 필요하면 고함과 함께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그랬으면 오늘 이런 현실이 달라졌을텐데 말이다.
물론 평생 안해본 걸 하려니 실제 실행하기는 무지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겠으나 아무튼 앞으로 기회가 오면 시도는 해 봐야겠다는 다짐은 한다.
그 연습을 요즘 모친에게 가끔씩은 하고 있다. 수면제를 일주일치씩 날짜를 써서 바꾸어 드리는데 날짜 펑크를 안내고 잘 드신 날 ‘어이구 우리 오마니 요즘엔 수면제 날짜에 맞추어 잘 드시네요’하고 말씀해드리면 위아래 앞니가 하나도 없는 입이 작은 함지박만 해지며 좋아 하신다.
앞으로 9년 후면 100세이신데 아무래도 그 나이는 쉽게 넘기실 것 같다. 그때의 내 나이? 언제나 모친 나이 빼기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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