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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갈 길 다가도록 10 | 6·25 전쟁 ④ 2019-05-17 16: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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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후퇴 

드디어 국군들과 미군과 유엔군들이 입성하기 시작했다. 온 평양의 시민들은 이제 자유를 찾고 마음놓고 살 수 있게 됐다고 환호하며 태극기를 흔들며 저들을 반가이 맞이했다. 이후 유엔군들은 신의주까지 진군했다. 남침했던 북한의 모든 인민군들은 후퇴하면서 산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공군들이 압록강을 건너 개미떼처럼 내려오기 시작했다. 뜻밖의 상황을 당한 국군과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들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평양시민들에게는 너무나 큰 실망이었다. 이렇게 후퇴한 날이 바로 1951년 1월 4일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폭탄을 폭파하다

아버지는 일생동안 교육계에 종사하셨다. 그런데 유엔군들이 입성했을 때 평양시는 무정부 상태라 혼란 속에 처해 있었다. 이런 것을 본 아버지는 평양시의 질서와 안정을 위해 자원해 돕고 있었다. 우리 오빠 둘도 같이 나가 봉사했는데 일손이 모자라 밤늦게까지 일을 했다. 그런데 하루는 밤 9시 반이 넘었는데도 모두 들어오지 못했다. 내 동생들은 다 잠들었고 어머니와 나도 자려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커다란 폭음과 함께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폭탄 터지는 소리가 콩 볶는 소리처럼 속도가 빨라지더니 하늘이 붉은 불빛으로 변했다.


폭발의 충격으로 집이 무너질 것 같았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뛰쳐나와 소리를 지르며 뛰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어머니는 세 살배기 동생을 업고 나는 두 남동생을 데리고 뛰쳐나왔다. 칼날같이 예리한 파편조작들이 여기저기 마구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길을 꽉 메운 많은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뛰어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도 뛰면서 내 동생들의 손을 꼭 잡고 뛰어야만 했다. 만일 손을 놓치면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아무개야!’하고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보니 우리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여기에 폭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데 미군과 유엔군들이 후퇴하면서 이 폭탄들을 처리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폭파한 것이었다. 폭발하는 힘이 너무 커서 폭탄을 담은 커다란 상자가 하늘로 올라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려야만 했다. 그 터지는 불빛이 너무 환해 캄캄한 밤이었는데도 땅에 개미가 기어가는 것까지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두 시간 정도 달려온 것 같았다. 이제는 폭음소리는 멀어졌으나 우리는 밤새도록 계속 남쪽을 향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훤하게 동이 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린 동생들이 추워서 더 걷지 못했다. 시골 농가가 있는 꽤 큰 고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벌써 이 고장에서도 다 남한으로 피난을 떠나 가고 집들은 모두 텅비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빈 집에 들어가 쉬고 있었다. 우리도 한 빈집에 들어가 몸을 녹이며 쉬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밖을 내다보니 피난 내려오는 사람들로 길은 메워져 있었다. 우리는 불안해 더 쉴 수가 없어서 다시 길로 나와 피난행렬에 끼었다. 문득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는지, 오빠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어머니는 우시면서 “너의 아버지, 오빠들의 생사도 모르면서 우리끼리만 살아서 뭐하니?”하시며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시겠다고 발걸음을 돌리시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으셨다. 그때 우연히 할아버지 뻘 되시는 친척 한 분을 만났다. 그 할아버지가 “얘, 악엠아(아기엄마), 너 어디를 가지? 지금 평양시에는 아무도 없어. 몽땅 다 뛰쳐 나왔어! 네 남편, 아들들 모두 남한으로 내려오고 있을테니 어서 돌아서서 가자”하시는 것이었다. 이 말씀에 어머니는 다시 돌아서서 남쪽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강미리암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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