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뉴스홈 > 커뮤니티 > 독자 Essay > 상세보기
실시간 키워드
프린트
제목
귀촌 탐방 2020-05-09 10:18:36
작성인
트위터로 보내기

퇴직하고 귀촌을 하려고 벼르던 중 이웃 사람의 소개로 시골 한 농가를 찾아갔다. 허름한 집 텃밭에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던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 선생님, 귀촌을 하신다구요. 뚜렷한 철학이 없으면 배겨날 수 없어요.”
그녀는 툇마루에 선풍기를 틀어주고 이내 미숫가루 한 대접을 타서 들고 나오셨다. 13년 전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지금 홀로 살고 있다. 자녀 삼남 매 중 아들 둘이 대학교수이고 사위는 중소기업 중견간부로 모두 서울에 살고 있다. 자식들이 서울로 이사 오라고 수년을 재촉했건만 단 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이가 쉰두 살에 결핵으로 직장을 접고 휴양 차 이곳에 내려왔어요. 나도 어쩔 수없이 교직을 그만두게 됐고 …. 그 사람 병 수발 5년 만에 혼자 됐어요.”


그녀는 미숫가루가 가라앉기 전 어서 들라고 재촉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 혼자서 이 집을 지키며 살고 있는 것은 텃밭 때문이지요. 소득을 위해서가 아니고 내 삶을 갖겠다는 생각이에요. 아들이나 딸네 집에 가서 살면 그것들 삶에 내 인생을 맞추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살다보면 내 삶은 없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호미자루 한번 들어 본적 없는 그녀가 18년간 텃밭과 함께 살아 온 애환을 쏟아놓는다.
“선생님, 이 허름한 집을 보고 주변머리 없는 늙은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아들, 딸이 이집을 털어내고 반듯한 목조주택을 짓자는 것을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지요. 먼저 간 영감의 추억에 이집을 헐기 싫어요. 텃밭에서 혼자 고추를 따도 영감이 늘 곁에 있는 듯해요. 노년에 일을 사랑하는 것도 장수와 행복의 비결이랍니다.” 그녀는 내가 퇴직 후 귀촌하려는 의도가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귀농이 아니고 귀촌이지요. 퇴직금 억대를 들고 귀농한다고 들어온 베이비부머들이 십만 명이 훨씬 넘었다고 들었어요. 그들이 귀농과 생활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고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은 극히 드물어요. 퇴직금과 저축해둔 돈으로 노후를 즐기려고 귀촌했던 사람들도 줄줄이 떠나는 것을 목격했지요.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눈여겨보시고 결정하세요.”
 

그녀는 내 공직생활과 연령, 그리고 귀촌 동기를 파악하고 매우 걱정스러워 한다.
“인생 이모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라는 것이에요. 귀농이나 귀촌이나 출발점은 일(노동)이지요. 노년의 가장 큰 적(敵)은 고독과 소외가 아닙니까?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일과 사랑이지요. 일과 돈이라는 관계의 균형도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고  마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속에 행복을 추구합니다. 자아성취도와 경제적 자립 등을 감안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야 해요. 저는 일을  통해서 내 존재감을 확인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요. 마을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었다는 점에도 자부심을 갖고 있지요.” 그녀의 인생철학을 들으며 귀촌이 무척 조심스러웠다. 텃밭을 가꾸며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경로당의 쾌적한 환경에 기여하는 그녀의 삶이 무척 행복하게 보였다.         

정하득(발췌글)
 

패스워드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도배방지키
 63862283   보이는 도배방지키를 입력하세요.
추천 소스보기 답변 수정 삭제 목록
이전글 : 누군가 갔던 길은 가지 않는다 (2020-05-09 10:14:26)
다음글 : 김성수 목사의 현대교육 진단하기 5 -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 (2020-05-18 14:4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