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장로회신학대학교 전경

다시 찾은 모스크바 장신대

이흥래 장로의 초청을 받고 모스크바 장신대에서 한 달간 강의할 기회를 얻었다. 1996년서부터 인연을 맺고, 2001년 말까지 가르치던 곳에 오랜만에 다시 초청을 받으니, 호기심도 생기고 기쁘기도 했다. 모스크바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신학교는 얼마나 발전했을까, 같이 지내던 직원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등등 궁금한 생각을 하면서 그 날을 기다렸었다. 두 과목을 강의해 달라고해서 '성경개론'과 '사복음서 연구'라는 제목을 걸고 강의하기로 하고 시카고를 거쳐 American Airline으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2008년 8월 30일이었다. 배웅 나온 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고, 이흥래 장로의 막내 사위 양성렬이었다. 교사는 옛 것 그대로였고, 학교 옆 공지에는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러시아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러시아 선교에 큰 난관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흥래 장로의 능숙한 그리고 지혜로운 경영 수단으로, 그리고 그 동안 확보한 땅과 집들이 여러 배로 그 값이 오르는 바람에, 모스크바 장신대를 거점으로 하는 선교는 우선 큰 타격이 없는 것 같았다. 이흥래 장로는 얼마 전에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왔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를 받고 치유가 되었지만, 건강의 불안을 느끼며, 그 선교 사업을 물려받을 차세대 후계자들을 훈련하는 데도 마음을 쓰고 있었다.


모스크바는 전과 달라진 점이 여러가지 있었다. 우선 자동차가 너무 많아져서 교통이 혼잡해져 있었다. 새로운 신식 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가고 있다. 거리가 전보다 많이 깨끗해지고, 시민의 옷차림도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4주간의 강의는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두 과목을 염두에 두고 갔었지만, 시간이 좀 남아서 한 과목을 더 가르쳤다. 즉 고린도 전서를 택하였고, 2000년 전의 고린도 교회의 문제들을 오늘의 상황에서 생각해보며, 적용도 해보는 뜻있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에 있던 직원들이 고스란히 다 그대로 일하고 있었고, 모두 다 나를 반겨주어서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그들은 상상 이상으로 나의 방문을 기뻐하고 반기며, 한 달 만에 떠나는 나를 아쉬워하며, 정성껏, 아니 분에 넘칠 정도로 훌륭한 선물들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신학교는 내가 생전 입어보지 못했던 가죽 외투를 선물로 주었고, 여직원들은 내 아들 선진이와 그의 식구들 몫까지 선물을 마련해 주었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겨울을 따스하게 지내라고 하면서, 멋있는 겨울 와드롭(Wardrope)과 두터운 털양말을 선물로 주었다. 총장 손승원 목사 부부는 스승 대접을 깍듯이 하면서, 나를 따스하게 대해 주셨다. 다시 올 희망이 별로 없는 모스크바 마지막 여행을 기쁘게 마쳤다.


박창환 목사(전 장신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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