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으려 하면 문고리 잡고 “더 들어보라” 억지부리기도, 혼자 있던 주부들은 두려움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관리사무소에서 나왔다”고 속인 뒤 주민이 나오면 종교 이야기를 꺼내는 포교활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이 문을 닫지 못하도록 잡거나 발을 들여놓는 행동까지 하면서 낮에 혼자 있던 주부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주부 황모(여·57) 씨는 낮에 설거지하다 초인종이 울려 인터폰을 보니 한 남성이 서 있었다. 황 씨가 “누구냐”고 묻자 그 남성은 “관리사무소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황 씨는 관리실이라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더니 인터폰으로 보이던 사람 옆에 또 다른 남성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하나님 말씀을 전하려고 왔다”며 종교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상시 길에서 듣던 사이비 종교와 비슷한 방식이라 문을 닫으려고 하자 한 남성이 “조금만 더 들어보라”며 문고리를 잡았다. 집에 아무도 없어 순간 겁이 난 황 씨는 “이러면 신고할 거다”고 크게 소리친 뒤 문을 쾅 닫았다. 이후 남성들은 황 씨의 앞집 초인종도 누른 뒤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 씨는 26일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무서웠다”며 “앞으로는 어디서 나왔다는지 제대로 확인을 하고 문을 열어야겠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 'OO이 엄만데, 좋은 전시회가 있어서 소개해 드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택배 왔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니 하나님 말씀이 도착했다고 말해 황당했다” “여자 두 명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무시했더니 나중에 집까지 찾아왔다” 등의 피해 사례가 올라와 있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에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주면 절대 안 된다는 댓글들도 달려 있다. 지역 맘카페에는 한 회원이 “집에 식구들이 있어서 문을 열어줬는데, 성인 남자 둘에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며 “세 명이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는데,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경험담을 적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생각할지라도 거짓말로 문을 열게 하는 건 범죄에 가까운 행동”이라며 “아파트에서 이런 민원이 들어오면 주민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방송 등을 통해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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