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부활 승천하시기 전까지 끝내 종으로 또는 사람으로 처세하셨고 자기의 메시아 직을 감추셨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사람의 몸을 입으시고 세상에 나셨다. 그는 탄생하시는 순간부터 남이야 알든 모르든 또 자기가 스스로 의식을 하셨든 안 하셨든 인류가 대망하던 메시아임이 틀림없었다. 세상이 믿든 안믿든 예수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이셨고 세상에 사시는 동안 사람의 모습으로, 종의 형체로 나타나셨기 때문에 신성과 인성의 결합체였다.

그와 같이 신비하신 존재이신 예수는 이 땅에 사시는 동안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우리와 다름이 없는 인간이었고, 그의 음성이나 그의 움직임이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본질상 하나님이시요. 세상의 구주이신 메시아이시면서도 종과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으므로, 하나님의 영이 눈을 뜨게 하고 귀를 열어 주시지 않는 한,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보고 깨달을 도리는 없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도 그의 지혜에서 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결과라고 예수가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오셨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구원하려 하실 때에 인간들이 죄 값으로 받은 모든 형벌을 자기자신이 대신 받으시는 대속(代贖)을 성취하시기 위하여, 완전히 인간의 운명을 자기 몸에 체험하신 것이다. 즉 그가 사람의 육체를 쓰고 시공 세계에 들어오시는 일로써 인간의 실락원의 벌을 체득하시고, 그가 세상의 고통에 시달리며 인류가 당하는 희노애락을 남김없이 경험하심으로 실락원 이후의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셨고, 최후에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인류가 죄 값으로 받는 육체의 죽음까지 경험하셨다. 인간이 범죄함으로 그 값으로 받은 모든 죄 - 곧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어 쫓겨나는 첫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여, 땅을 갈며 고생하며 이마에 땀을 흘려야 먹을 수 있는 수고의 죄과 또 육체의 죽음이라는 비참한 운명 - 이것들을 예수님은 대신 자기 몸으로 담당하시기 위하여 세상에 오셨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메시아 직의 성공은 어떻든 완전히 인간의 입장을 취하고 백 퍼센트 사람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려 있던 것이다. 그가 사람이 되셔서 끝까지 사람의 운명을 체험하심으로써만 사람을 대속(代贖)할 수 있겠기에, 그는 하늘의 영광을 버리시고 사람이 되셨고 그의 지상 생활 중에 줄곧 나타나는 악마의 시험을 물리치시고, 종의 모습으로, 사람으로서, 십자가형을 받으신 것이다. 사탄의 시험은, 예수가 인간으로서 또는 종으로서 십자가를 통하여 인간을 구속하시려는 계획을 어떻게 해서든지 깨뜨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 돌로로사(Dolorosa)의 길을 걷지 않고 단번에 영광을 받고 하늘에 오르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예수는 사탄의 시험을 단호하게 물리치시고 결연히 초지(初志)를 관철하셨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 틀림없지만 그 간판이나 그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의 아들로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것이다.

예수의 내림의 목적은 물론 하나님의 나라 완성에 있다. 인간 타락으로 말미암아 마비된 질서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완전통치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류를 구속해야 한다. 인류의 구속은 우주만물을 해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는 이 대 사업을 위하여 하나님의 어린 양으로 만민의 대속물이 되시려고 종으로서 세상에 오셨다. 그리고 흠할 것이 조금도 없이 완전한 제물이 되셔서 인류를 대속하셨다.

<계속>


박창환 목사(전 장신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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