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찌는 더위가 시작 되었다. 올해는 더위가 늦게 찾아 온 것 같다.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뜸하고 할매 집을 찾는 손주들도 푹 줄었다.

먼 옛날 내가 초등학교 시절 방학때 산촌 할머니 집을 찾아가 마음대로 놀고 강가에서 물놀이 하던 추억의 시간이 그립다. 밤이 다가오면 모기불을 지펴놓고 연기 속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철부지 때가 생각난다. 가끔씩 돼지감자를 꼬챙이에 꿰어 덤불 속에 쑤셔 넣었다 뺏다 하면서 설익은 감자에다 껍데기는 타다만 속을 파먹다 입술이 숯 검정으로 시커멓던 기억을 한다.

요즈음 할매들이 손주들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으러 많이 온다. 방학을 해서 한참 놀 나이에 할매를 돌보는 손주들의 행동에 마음이 찡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할매가 찾아왔다. 말도 많다. 검사 중에도 자꾸 말을 한다. 검사 결과 심한 녹내장으로 양쪽 눈이 실명이 되었다. 신속히 녹내장 수치를 컨트롤 해야만 어느정도 시력 회복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3일전부터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한쪽 눈도 아니고 양쪽 눈이 동시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검사 할 때 촬영된 사진을 가지고 설명을 하였다. 하지만 계속 거짓말을 한다. 다시 설명해 주었다. 최소한 5년 전부터 조금씩 이상 증세가 있었고 현재는 50% 시력을 잃은 상태로 녹내장 수치를 잘 컨트롤 하면 50% 정도 시력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응의 불신만 쏟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컨설턴트만 해줄테니 본인이 결정해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이런 저런 실토가 시작 되었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는데 어떻게 하냐고 했다. 이미 증세와 진단을 해드렸으니 가족들과 상의하라고 하면서 돌려 보냈다.

또 다른 할매는 왼쪽 눈 100% 실명이고 오른쪽 눈도 녹내장이 있는데 오랜 세월 치료 효능이 없는 약품으로 치료 하다가 결국 실명 되어 손주들의 손을 잡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떼놓을 수 있었다. 진정 이런 환자에겐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하다. 이 할매를 넘겨 받고 두 손을 침대로 이동 시키는 아내의 모습이 성령께서 함께하는 사랑으로 보인다. 매일 매일 따뜻한 사랑이 파고들어 10일 만에 재검을 했다. 놀랍게도 2미터 앞에서 흔드는 손가락을 인지하고 5개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래, 이 정도라도 호전 되면 살아가기는 하겠구나. 오늘은 평소에 쓰던 안경을 들고 와서 내 놓는다. 참 마음이 그렇다. 영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다녔으니 보일 것도 안 보이고, 그러니 또 효능 없는 투약을 하고 주사도 맞고 후유증에 후유증으로 실명까지 간 악화된 케이스이다. 오늘 도수에 맞는 안경을 쓰고나니 혼자서 걷고 식사도 혼자 할 것 같다. 육체의 구원이 영혼의 구원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자들을 주여 인도하여 주소서!!!

비행기를 타고 이 나라 가장 먼 곳에서 할매가 오셨다. 이 정도면 다른 할매보다 훨씬 양호한 편이다. 박테리아 감염에 염증이 생기자 각종 기름유의 안약을 투여 하면서 각막에 이물질이 눌러 붙고 백내장이 형성 되면서 실명이 되었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백내장 무료 수술 대기자 명단에 기술해 넣었다. 물론 왼쪽 눈도 30% 정도 시력만 살아 있다. 그래도 왼쪽 눈으로 손주들의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내년 수술 때까지 잘 버틸 수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또 다른 할매는 혈압으로 백내장이 형성되어 오른쪽 눈이 실명이 되고 왼쪽 눈도 겨우 30%만 살아 있다. 이 할매 또한 백내장 수술 대기 환자다. 이렇듯 시간은 흘러가고 불현듯 할배(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들어 오신다. 주여!!! 왜 이러세요! 밤에도 전화와서 닥달(쫄라댐)을 하고 토요일도 주일도 전화가 오니 너무 피곤한덱… 주님도 이땅에서 그렇게도 피곤 하셨겠지.

L 선교사

저작권자 © 크리스찬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