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11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독교 교회 지도자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교계 지도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꺼내든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이 사실상 철회됐다. 대신 예배 시 마스크 착용, 예배당 출입 시 발열 검사, 교인 간 2m 간격 유지, 예배 전후 방역 활동 등을 감염 예방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예배를 제한하겠다고 밝혀 도지사의 권한을 넘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지사는 11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경기총) 회장단 및 도내 주요 교회 목회자 10여명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독교 교회 지도자 긴급간담회'를 갖고 교계 의견을 받아들여 긴급명령 검토 방침을 철회했다.

이 지사는 “감염을 막는 게 목적이지 집회를 막으려는 목적은 아니다. 감염 예방 조건을 수행하지 않으면 집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협조를 구했다”면서 “이 조건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집회 제한을 가하는 행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 측의 방역 협조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영상예배도 못 하는 소규모 교회 등 일부는 관리가 안 된다. 예방적 차원에서 종교집회 금지명령 가능성을 미리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안전하게 관리하는 곳은 걱정이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안 하는 곳”이라며 “거기서 터지면 추적 관리가 어려워진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김학중 안산 꿈의교회 목사는 간담회에서 “한국교회 130년 역사 속에서 예배 강제 금지의 선례가 없었다”며 “한국교회 성도 중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목회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안산의 A목사는 “이 지사가 제안한 감염 예방 조건은 이미 경기도의 많은 교회가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태 조사도 똑바로 않고 긴급명령을 발동하려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의 B목사는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인이 아니라 도민을 위한 공무원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면서 “변호사 출신인 이 지사가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목회하는 C목사도 “많은 목회자가 이 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느꼈던 것은 한국교회를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유사한 단체처럼 취급했다는 것”이라면서 “대구 부산 수원의 사례처럼 교회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성은 몰래 잠입한 추수꾼 빼곤 사실상 없다. 신천지 신도명단부터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교회에만 2m 거리 제한을 두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원에서 목회하는 D목사는 “이 지사의 논리대로면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도,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2m 이상 떨어져야 한다”면서 “나이트클럽 노래방 피시방 등 다중이용시설이 많은데 유독 교회에만 과도한 제한을 두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이 지사가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의견을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촉발됐다. 이 지사는 “전체 교회 중 56%에 해당하는 2858곳이 집합 예배를 강행할 예정”이라며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종교의 자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 49조에 의거 집회금지 등을 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수원=황인호 기자,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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