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삶이 멈추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을 접고 각자의 집에 격리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담소를 나누던 커피 숍의 만남도 먼 과거의 추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주일 성전에 나아와 엎드리던 공예배의 기쁨도 아련하게 잊혀지고 있습니다. 벗꽃 길을 산책하며 겨울을 이긴 봄의 왈츠를 감상할 사치조차 망각해 가고 있습니다.
비로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축복이었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차 한잔이 우리 삶의 소중한 의미였음을 깨닫습니다. 무료하기조차 했던 주일의 예배가 거룩한 특권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이웃들과 산책하던 공원의 행보가, 그리고 그들과 떠나던 여행 길이 바로 신성한 삶의 조각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지금 갑자기 유폐된 집의 감옥에서 나는 오래만에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가까운 친구, 멀리있는 친구, 그동안 연락못한 친구들, 어릴적 친구들, 학교와 교회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내 삶을 만들어 온 소중한 나의 분신이고 가족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내 조국이 나를 키워준 자연이 바로 나의 스승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친구들이여, 나를 용서하시오. 그동안 나는 바쁨을 핑계로 당신들을 망각했고, 당신들과 소통하지도 못했던 이기적 존재였음을 고백합니다. 나는 마치 우주의 중심이 나인 것처럼, 나의 목표 나의 의무만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왔습니다. 내 곁에 있었던 당신때문에 내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준 당신때문에 나의 존재가 가능했던 것을 망각해온 나를 용서해 주시기를..
그러나 유폐된 밀실의 침묵속에 나는 참으로 오래만에 진지한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있음을 알리고 싶소. 하늘의 분노의 시간이 지나가는 날, 난 자유의 거리에서 당신들을 만나 길게 포옹하고 싶소. 그리고 카페에 앉아 당신들의 외롭고 아픈 그동안의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듣겠소. 그리고 시간이 허락되면 함께 손을 잡고 우리의 버킷 리스트에 있었던 그 곳으로 함께 순례 여행을 떠나고 싶소.

나는 우리네 짧은 인생 길에 순례 가이드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소. 인생은 결국 천로역정인 것을 다시 실감하고 있소. 천로역정의 제2편처럼 내 아내가, 내 자녀들이 그리고 내 친구들이 걷는 순례의 길에 살며시 다가가 그들을 보호하고 중보하는 진리의 용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소.
그리하여 우린 진정 그 무엇도 그의 사랑 안에서 끊어질수 없는 지체들임을 확인하고 싶소.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이제 일이나 장래 일이나 코로나 바이러스까지도 우리를 끊을 수 없는 우리는 사랑의 승리자임을 확인하고 싶소. 그리고 이 환난의 시간이 우리 인생의 가장 거룩한 성화의 터널이었음을 고백하고 싶소.
그리고 마침내 부활의 아침 디베리아 바다에서 생선 요리로 아침 식탁을 만드시던 주님을 흉내내어 “친구 순례자들이어, 우리 다시 시작해 보지 않겠소”라고 당신들에게 묻고 싶소. 왜냐하면 우린 사랑함으로 살아갈 이유를 가진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이오. 우리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주님 또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실 것을 믿기 때문이오.
친구 순례자들이어, 사랑하오..건투를 비오..사랑이신 주님안에서...
영혼의 순례 동역자, 이동원
<자가 격리 중에,2020 고난주간>
(지구촌 교회 창립/원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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