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줄지어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5월이지만, 한 해 한 해 지나갈수록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부모님이 아직 생존해 계시지만 몇 차례나 더 어버이날을 기념해 드릴 수 있을지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2년 전 아버지 86세 생신 모임을 부산에서 할 때 큰 누님이 어머니가 치매 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60대는 100명 중 1명, 70대는 10명 중 1명. 80대는 4명 중 1명이 겪는다는 치매라 어떻게 보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예상치 못해 너무 충격이 컸다. 어머니는 필자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엄마 나이가 기억나지 않으면 아버지보다 4살 적으니 그만큼 빼면 된다”는 말씀을 늘 하시곤 하셨다. 수원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옛 생각들이 떠오른다.
5월생임에도 7살에 입학시켜 학교 가기 싫어하는 어린 아들을 위해 한 달 이상을 학교 교실까지 등교시켜주신 어머니. 초등학교 소풍 때 김밥을 싸주지 못해 미안해하던 어머니. 대학에 입학해서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을 위해 밤차로 상경하여 낯선 서울역에 새벽에 내려 물어물어 학교 고시반을 찾아 한약을 전달해주시던 어머니. 객지에서 아들 주머니에 돈 떨어질까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주시던 어머니 모습을 생각하니 맘이 먹먹해진다.
어머니는 2년 전 길에서 넘어져 팔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그 충격이 너무 커 단기 기억상실증이 온 것은 아닐까 치매 증세를 애써 부인해보려 하였지만, 그것 역시 치매 증세로 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에게 아버지보다 4살 적다는 말씀을 그렇게 많이 하시고는, 지금은 아버지가 88세면 어머니는 몇 세냐고 물으면 한참을 계산하신다. 어머니는 각종 의학 정보와 꽃 배경 사진에 좋은 격언들이 들어간 문자를 잘 보내셨다. 그러나 그 문자도 어머니로부터는 2년 전에 받은 것이 마지막이다. 맞춤법도 틀리시고 유난히 마침표가 많이 들어간 문자를 보내셨는데 이제는 그 문자마저 그립다.
아직은 아들 내외, 손자 이름까지 다 기억하며 안부를 물으시곤 하지만, 언제 그날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 핸드폰을 뒤져 예전에 보내신 어머니 문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이 밀려온다. 2년 전부터 매일의 감사 제목 다섯 가지를 기록하는 감사 일기장을 적고 있다. 부모님과의 이별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날이 갑자기 찾아와 이 막내아들이 충격받을까 염려하는 마음에 부모와 자식의 이별 연습으로 치매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치매를 주신 것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 일기장에 적는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글짓기 시간에 어머니의 손이라는 제목으로 쓴 시조가 생각나 그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손가락 마디마디 주름살 가 있는 손
엄마 손 볼 때마다 눈물이 글썽글썽
펴진 손 볼 수 없을까 젊었던 손 그립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변호사분들의 부모님이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임대진 변호사, 경기중앙회
임대진 변호사 djlim5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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