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청년시절 알렉산더 피터스 목사의 모습. (오른쪽) 두 번째 부인 에바 필드 여사와 두 아들과 찍은 가족 사진

성경을 한글로 번역해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수 있게 해준 분들은 우리들이 영원히 감사해야 할 '민족의 은인'들이다.
신약성경은 스코틀랜드의 선교사 존 로스(John Ross) 목사가 1880년대 중국 심양에서 최초로 번역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로스기념관'을 건립해서 그의 공적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구약성경의 경우는 어떤가? 누가 언제 구약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했는가? 이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의 업적을 감사하는 기념사업은 고사하고,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구약성경을 최초로 우리말로 번역해 준 '은인'은 알렉산더 알버트 피터스(Alexander Albert Pieters, 1871~1958) 선교사이다. 한국명으로는 '피득'이라고 부른다. 그가 1895년 한국에 와서 3년간 한국말을 배운 후 1898년 시편의 일부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시편촬요'를 출간한 것이 역사상 최초의 한글 구약성경 번역이 된다.


알렉산더 피터스 선교사는 1871년 러시아의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히브리어를 배웠고, 히브리어로 된 기도문과 시편을 낭송하며 성장했다. 그가 자라났던 19세기말, 제정 러시아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과 박해가 극심해서 유대인들은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러시아를 떠난 24세의 청년 피터스는 우여곡절 끝에 멀고 먼 일본 나가사키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곳에서 그를 붙잡으셨다.


기독교로 개종한 그 청년은 유대인 본명을 버리고, 그에게 세례를 준 미국 선교사의 이름을 따라 '피터스'(Pieters)라고 개명했다. 그때부터 그는 '피터스'로서 하나님이 인도하는 새로운 삶의 길을 걸었다. 그는 미국성서공회가 파송한 권서(勸書, Colporteur)의 자격으로 조선(한국)으로 와서, 최초의 구약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준 역사적인 인물이 되었다.
피터스 선교사는 어학에 특출한 재능을 타고 났다. 히브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라틴어와 희랍어와 같은 고전어도 학습했다. 뿐만 아니라 독어, 불어, 영어, 이디쉬어(Yiddish, 독일어와 히브리어의 합성어)까지 구사하는 어학의 귀재였다.


여기에는 한국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었다. 피터스 선교사가 청년이었던 1895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이 땅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구약성경이 없었다. 당시 한국에는 구약성경을 번역할 인물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피터스 선교사는 그 일을 감당하는데 최적의 인물이었다.
그가 서울에 온 후 3년만에 구약성경 중에서 번역하기가 가장 어려운 책으로 알려진 '시편'을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 운율에 맞는 유려한 우리말로 시편을 번역했다는 것은 그의 천부적인 어학적 재능을 잘 말해준다.
1900년 피터스 선교사는 미국으로 가서 맥코믹 신학교에서 신학수업을 받은 후 북장로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당시 구성된 구약성경 번역위원회의 위원으로 뛰어난 히브리어 실력을 발휘해서 구약성경 번역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1910년 마침내 최초의 한글 구약성경 번역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한글성경 번역사역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출간된 한글성경을 가다듬어 손질하고 오류가 있는 곳은 수정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피터스 목사는 구약성경 개역위원회의 평생위원으로 위촉되어 한글성경 개역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감당했다. 개역작업은 1938년에 끝이 났고, 그 해에 '개역성경전서'가 출판되었다.
1938년에 완선된 개역성경과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구약성경을 비교하면, 맞춤법이나 고어체(古語體)만 조금 다를 뿐, 그 내용은 놀랄 정도로 차이가 없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1910년에 번역되고 1938년에 개정된 구약성경은 대단히 잘된 훌륭한 번역이라는 것을 말한다. 특히 소리내어 읽으면 우리말의 운율에 잘 들어맞아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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