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덕분에 제 고향인 베트남에서도 한류 아이돌 공연을 온라인으로 잘 볼 수 있어서 기뻐요."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어학연수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외국인 학생의 얘기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10일 부득이하게 온라인 영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나름대로 준비한 주제에 관해 5분 정도 발표하는 이색적인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200여 명의 어학연수생 가운데 24명이 출전해 열띤 경쟁을 벌였지만, 예년과는 달리 수많은 청중 없이 온라인 화면에 보이는 3명의 심사위원에게 발표하자니 다소 맥이 빠지는 듯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려는 듯 외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화면에 주제와 관련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띄워 놓고 열심히 한국어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컴퓨터 화면으로 두 시간 동안 낯선 말하기 대회를 시청하던 필자는 13번째로 나선 베트남 국적의 20세 '응웬테쭝' 학생의 연설을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을 K팝과 한국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 학생의 연설 제목은 '코로나와 한류 웨이브'였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자면,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로 확산하던 한류라고 생각하며, 이 가운데서도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해 '트와이스' 'NCT' 등 유명하고 성공한 아이돌 그룹의 해외 공연이 취소되어 매우 안타까웠는데, 온라인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온라인 팬미팅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자신의 고향에서 한류 아이돌 그룹의 초대형 콘서트가 개최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때문에 과학기술을 활용한 한류 콘서트가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으로 열리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고향 친구를 포함한 누구라도 쉽게 볼 수 있게 되고 앞으로 한류가 계속해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교육원 어학연수생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현재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 실력을 갖춘 '응웬테쭝' 학생은 내년 3월에는 본교 미디어영상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라면서 "언젠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선생님들께 부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곳곳에서 피해 소식과 우려의 목소리만 급증하는 가운데 이국 땅에서 기쁨을 맛보는 외국인 학생의 긍정적 사고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김인규 경기대학교 총장> -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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