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에서 27살의 아이자다 카나트베코바가 강제 결혼을 위해 납치됐다가 피살된 사건을 둘러싸고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캡처


키르기스스탄에서 강제 결혼을 위해 납치됐던 한 여성이 피살돼, 분노한 시민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뉴시스가 9일 보도했다.

27살의 아이자다 카나트베코바가 지난 5일 3명의 남성에 의해 강제로 차에 태워져 납치됐으며, 범인들 중 한 명이 강제 결혼을 위해 그녀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카나트베코바는 이틀 뒤인 7일 수도 비슈케크 외곽 들판에 버려진 차량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한 그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납치범 한 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흉기로 자해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카나트베코바의 가족들은 숨진 납치범을 안다면서, 그에게 카나트베코바를 괴롭히지 말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 국영 TV는 3명의 납치범들 가운데 또 다른 한 명도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결혼 위한 신부 납치'는 고대 전통? 불과 몇 십년 전 시작

키르기스스탄의 많은 사람들은 결혼을 위해 여성을 납치하는 일을 키르기스의 고대 전통이라고 여기고 있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원들은 불과 몇 십년 전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13년 강제 결혼을 위한 신부 납치를 불법화했지만,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여성들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의 결혼 5건 중 1건은 여성 납치로 일어난다. 특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강요하는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가난한 가정의 젊은 남성에게 신부 유괴는 가장 싸고 빠른 방법이다.

대통령 “여성 납치 끝나야 한다”

한편, 8일 500여 명의 시위대가 키르기스스탄 내무부 앞에서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울루베크 샤리포프 총리는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일부에서는 총리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아이자다의 죽음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아직도 살인이 전통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피켓을 들었다.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은 카나트베코바의 죽음은 “가족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비극이자 고통”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끝으로 강제 결혼을 위한 여성 납치는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앞서 지난 2018년에도 부룰라이 투르달리 키지라는 20살의 여대생이 경찰서에서 납치범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다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살인범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0명이 넘는 경찰이 처벌을 받았다.<복음기도신문=크리스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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