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께서 목회자의 길을 가시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의 신앙 이야기를 해주세요.


샬롬, 크리스찬타임스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평안이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만진 목사라고 합니다. 많은 목사님들께서 하나님의 다양한 부르심과 인도하심으로 인해 목회의 길을 걸어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목회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3살이 되어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누군가가 저에게 “만진이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될거야?” 라고 물으면, 혀 짧은 소리로 “목사님” 이라고 대답 했다고 합니다. 또, “백두산에 태극기를 달고 부흥회를 할거야”라는 비장한(?) 말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린 꼬마 아이의 입에서, 한번도 가르쳐 주지도 않은 이런 단어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부모님께서는 많이 놀라셨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저의 어릴 적 꿈 이야기를 나중에서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가겠다는 결심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그제서야 두 분은 저에게 조심스레 어렸을 적 저의 입술의 고백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평신도로 교회를 섬기셨던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목회자의 길에 대해 한번도 권면하시거나 말씀해 주신 적이 없으셨지만, 제가 신학교에 가기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저에게 얘기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요셉에게 그 꿈을 주시고 그 길을 인도해 가셨던 하나님을 떠올리며, 마치 요셉과 같이 하나님께서 이 아들의 길을 인도해 달라는 기도를 해오셨다고 합니다.

저희 가정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결혼하시고 첫 이사를 리어카로 옮기실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건설회사에 다니셔서 출장이 잦으셨습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을 때에도 저희 어머니는 홀로 저와 한 살 터울의 제 여동생을 데리고 매일 새벽예배에 나가셨습니다. 저희가 살던 곳은 아주 시골이라 산을 두 개나 넘어가야 교회를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린 두 아이를 하나는 업고, 하나는 안고 가로등도 없는 그 숲속을, 때로는 허리춤까지 쌓인 눈을 헤쳐 가며 기어코 새벽 제단을 쌓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지금도 두 분은 매일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드시고 새벽 3-4시에 일어나셔서 가장 먼저 교회 불을 밝히고 계십니다.

이런 기도의 힘은 목회를 하고 있는 저에게 정말 큰 영적 격려와 후원이 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4대째 하나님을 섬기는 믿음의 유산을 허락해 주신 것은, 아마도 저희 부모님과 조부모님께서 물려 주신 최고의 선물이자 고귀한 영적 유산일 것입니다.

지금의 제 아내는 17년전에 만나 결혼하였고, 하나님의 은혜로 세 자녀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결혼 생활의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지내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이민 목회의 여정 가운데 저희 가정을 지켜주셨던 것은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 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목회자로서, 사모로서, 또 목회자의 자녀로서 이 땅을 살아가는 힘과 능력을 얻게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를 소개해주세요.

제가 지금 목회하고 있는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 있는 작은 시골 교회입니다. 비록 이 도시가 루이지애나의 주도(Capital city) 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고 또 한국 사람들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알고 지내기도 하고, 이 곳에 새로 온 사람을 마트에서 만날 때면 반갑게 인사를 나눌 정도로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가 크지 않은 곳입니다.


저희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는 이 작은 마을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교회입니다.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꽤 깊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교회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도 한국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이 도시에,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에 교회가 세워졌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것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사람이 이것을 계획한다면, 한국 사람들이 많고 한인 커뮤니티가 잘 발달된 곳에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효율적' 이고, '설득력' 있는 계획이 될텐데.. 한 마리의 어린양을 위해 온 사방을 찾아다니시는 그 주님의 긍휼하심이 있었기에, 이 척박한 땅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 40년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세워졌다고 믿습니다.

루이지애나 베톤루지 한인침례교회


저희 교회 성도들의 약 30% 정도는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SU)에 공부하러 온 학생들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청년들이지만, 간혹 박사과정을 하러 온 젊은 가정도 있고, 교수 가정도 있습니다. 또한 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비즈니스를 하시는 가정도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 교회는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삶의 영역에 계시는 성도님들이 함께 어우러져 신앙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께서 저희 교회 주신 비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는 성령의 공동체”(엡 2:22) 는 저희 공동체에 꼭 필요한 말씀이 되고 있습니다. '성령의 공동체' 라고 하는 우리의 최종 목표를 향해, 우리가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지어져 가자' 는 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가지고 계신 인근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ouisiana State University, LSU) 캠퍼스 복음화 비젼과 교민 대상 전도사역에 대한 계획과 비젼을 말씀해주세요.

저희 교회에서 약 5분 거리에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SU)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학교와 관계된 분들이 저희 교회를 방문해 주시거나 등록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주 수요일 오후에 학교 학생회관 건물의 작은 방을 빌려 기도 모임을 갖곤 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종종 저희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도 참여하여 유학생활의 고충을 함께 나누고 기도해 주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임을 Zoom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기도제목들을 나누고 함께 기도해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지역에 있는 다른 한인 교회의 청년들과 뜻을 모아 연합 청년 기도모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단일 교회라고 하는 한계를 뛰어 넘어, 이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기도하고 때로는 작은 찬양과 말씀 집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나의 교회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연합' 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더 큰 은혜와 영적인 감동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계획이 목회자들이 아닌, 청년들 스스로가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연합 모임은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이 지역의 영적인 분위기를 새롭게 하고 전 연령대의 모든 신앙인들, 또 예비 신앙인들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귀한 원동력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의 발전방향과 비대면 예배에 대한 준비, 그리고 앞으로 한인교회들의 변화에 대한 조언을 해주세요.


미국의 많은 교회들이 그렇듯이, 저희 교회도 꽤 오랜 시간동안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함께 식탁의 교제를 하지 못하는 것은 모든 교회가 지니고 있었던 공통적인 아쉬움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작은 시골교회에게는 이런 상황이 아쉬움을 뛰어 넘어, 적잖은 어려움이 되었습니다. 한국 식당 하나 없는 이 곳에서 유일하게 한국 음식을 마음 놓고 맛볼 수 있었던 교회 공동체가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만 만나게 되다 보니, 예배와 식탁의 교제를 통해 끈끈한 정을 나누던 친밀함이 조금씩 희석되기 시작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 고 했던가요? 얼굴을 보지 못하니, 조금씩 서로의 관계가 멀어지고, 신앙의 끈도 느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대면예배가 시작되고 자녀가 있는 가정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성도님들이 예배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번 팬데믹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교훈이 참으로 크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가 함께 얼굴을 대면하여 말씀을 공유하고, 식탁의 교제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얼마나 깊은 관계의 자리로 인도하였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부득이하게 팬데믹 이전의 상황으로 완벽하게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성도님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의 '달콤한 매력'(?)에 매료되었을 것이고, 또 어떤 분들에게는 작은 질병과 환경적 어려움 앞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면 된다' 는 매우 설득력 있는 옵션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우리가 불가피하게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한다면, 교회와 성도는 그런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성도님들이 계시다면, '나는 시청자가 아니라, 예배자다' 라는 마음으로 예배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교회는 그렇게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성도님들에게는 대면예배를 드리는 분들보다 더 깊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 양 무리들의 필요를 살피는 목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어두운 이 세상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길 소망합니다.

목사님께서 좋아하는 성경구절과 COVID-19 과 아시아 혐오범죄로 어려움과 상처받은 한국과 미국 재미교포들에게 신앙의 메세지를 전해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편 1:1-3 말씀을 좋아합니다. “복 있는 사람” 에 대한 성경적인 기준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복 받는 사람일까요? 2절에 보면,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라고 나옵니다. 즉, 복 받는 사람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는 사람' 이죠. 또 이 말씀에는 '복 있는 사람의 기준' 뿐 아니라, 그 사람이 받게 될 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나옵니다. 그 복의 실체가 3절에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시냇가에 심은 나무' 입니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3절) 저는 이 “시냇가에 심은 나무” 라는 단어가 주는 영적 안정감이 참 좋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단지 시냇가에 심겨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때마다 시마다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하여 열매를 맺게 된다는 이 말씀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씀입니다.

최근 Covid-19, 그리고 아시안을 향한 여러 범죄들이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직, 간접적으로 겪고 계신 모든 성도님들과 재미 교포 여러분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한 목회자의 위로가 여러분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겠습니까? 우리의 진정한 위로와 힘의 원천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 인줄 믿습니다.

위에서 제가 나누었던 말씀과 같이, 우리는 그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무' 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어떤 나무는 크고 건강한 나무, 즉 조건이 좋은 나무일 것이고, 또 어떤 나무는 그렇지 못한 나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크고 건강한 나무라 할지라도 사막 한 가운데 심겨져 있으면 곧 그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제 아무리 작고 연약한 나무라 할지라도 시냇가에 심겨져 있으면 다시 생명력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건은, '우리가 얼마나 건강한 나무냐?' 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심겨져 있느냐?' 일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인종간의 갈등을 보면서, 저는 이 말씀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이런 어려움을 직면할 때마다 우리의 관심과 초점을 '나의 외형적 조건'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 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니, 발버둥을 쳐야 합니다. 시냇가에 심겨져 있는 나무를 떠올리면서 말이죠.

저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성도님들이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 와 같은 귀한 인생들이 다 되시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때마다 시마다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말미암아, 철을 따라 푸르른 열매를 풍성하게 맺으시는 성도님들의 삶이 되시길 간절히 축복합니다.

루이지애나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

264 Burgin Ave, Baton Rouge. LA 70808 Tel : 225.768.7700 Website : www.kbcbr.org

대담 노승빈(크리스찬타임스 한국후원회 회장, 백석대 교수)·정리 호준철(크리스찬타임스 한국후원회 부회장, 미주담당, 퀄컴 Senior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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