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어보는 용어다. 하지만 나는 매일 이 석탄과 씨름을 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참 답답함을 안고 있을 때가 많다.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한 형편 때문에 이 나라는 석탄이 필수적이다. 석탄이 없으면 엄동 설한에 상상하기 힘든 일이 발생할 것이다. 다행히 이 나라에 석탄이 있어서 그것을 캐서 이 나라 에너지로 사용된다. 그러나 품질이 떨어져 이웃 나라에서 석탄을 수입해서 많이 쓴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 세대에는 연탄을 기억한다. 연탄 살 형편이 못 되어서 한 두장 씩 연탄 구멍으로 짚으로 만든 새끼 줄을 끼어서 소위 말하는 동네 구멍 가게에서 사다 쓴 적이 많았다.
겨울이 되면 김장과 연탄 준비는 필수적이었다. 우리집은 워낙 가난해서 주로 고추 가루 없는 소금에 절인 백김치만 먹고 살았다. 물론 배추 껍데기의 시퍼런 부분도 김장에 몽땅 사용되었다. 옆집에서는 빨간 김장 김치를 담그는데 우리는 늘 백김치를 담갔다. 그러나 봄이 오면 빨간 김치는 시워서 먹기 힘든 상태가 되는데...다행히 백김치는 맛이 훨씬 좋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옆집의 빨간 신김치와 저희들의 백 김치와 바꾸어 먹었다. 와… 그 참 빨간 김장 김치가 그렇게 맛있을 줄이야… 이웃은 우리 백김치가 기가막히다고 한다. 늘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살았다.
석탄은 품질이 좋은 유연탄과 품질이 좋지 못한 무연탄으로 나뉜다. 유연탄은 기름기가 있어서 화력도 좋고 불을 처음 지필 때 잘 붙는다. 그러나 무연탄은 기름기가 없어서 몇 시간 동안 불을 지펴야 한다. 연기만 꾸역 꾸역 나고, 화력도 없다. 콧구멍은 새카맣게 되고, 석탄 묻은 손으로 모르고 콧물이라도 훔치면 꼴모양이 사납다.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왜? 왜? 이렇게 지내는 것이 선교인가?
이렇게 하면서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을 읽어 간다. 클리닉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너무 피곤하다. 하지만 집안에는 냉기가 팽 돈다. 서둘러 작업복을 갈아 입고 난로에 가서 불을 지핀다. 별 생각이 다 든다. 이 백성들은 이 불을 피우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자들이 가정에서 하는 일이란 이 일이 가장 큰 가사일이다.
그렇게 시간을 다 보내면, 이 나라가 언제 안정되어 살아갈 것인가? 참으로 석탄 만큼 마음이 캄캄하다. 이 긴 겨울에 가정에서 불 지피다 세월을 다 보낸다니…
더군다나 눈이 많은 나라이니 차 도로는 온통 얼음 빙판이다. 그래서 차를 몰고 나갈 수도 없다. 자, 이러니…어이 하면 좋으냐? 어떻게 살란 말인가? 우리들도 작년에 겁 없이 차를 몰다가 꼭 사망하는 위기를 만났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처럼 살아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로 다쳐서 후유증과 삶의 고통을 당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석탄의 마음… 캄캄하고, 답답하고, 아 얼마나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보실 때 캄캄한 석탄 같은 마음을 가진 인생이라 하지 않을까?
석탄 난로는 집안 실내 안에 설치 되어있다. 겨울에 춥다고 문을 꼭꼭 잠그고 유리창에는 찬 바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비닐로 막기도 한다. 그러면 실내 온도가 유지되지만 산소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연탄 질식사를 금방 떠올린다. 하지만 이 나라는 워낙 집이 허술해서 질식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 석탄 난로 때문에 피부병이 만연하다. 호흡기 질환도 많다. 우리들은 이것을 감안하여 외부에 장치를 하였다. 하지만 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자주 석탄을 넣어야 한다. 많이 넣으면 금방 다 타 버리고 물이 끓어서 수증기로 폭발하거나, 품질이 좋지 못한 난로인 경우는 난로가 폭발한다. 하이구, 이 일을 어쩌나… 그래서 조금씩 자주 가서 석탄을 집어 넣어야 한다. 그러니 겨울 난방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프다. 석탄 가루가 계속 콧구멍으로 들어가고, 코를 풀면 시커먼 석탄 가루가 새카맣게 나온다. 더군다나 늘 머리가 띵하다. 석탄 난로 때문에 일산화 탄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손 팔뚝과 발 종아리들에 자꾸 간지럽고 피부병이 생긴다. 자다가도 잠을 설치고 피부를 벅벅 끓고 있다. 그 다음 날 보면 여기 저기 긁은 핏 자국이 있다. 그래! 현지인들이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우리들은 그들보다 환경이 훨씬 좋게 만들었는데도 이 모양이니 현지인들은 오직 하랴! 이 백성들은 그렇다고 피부 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 내 마음이 석탄 같다.
그래도 석탄 난로가 있는 가정은 살 만하다. 하지만 석탄 난로를 설치할 형편이 못 되어 전기에만 의존하는 저 소득층 가정이 많다. 그런데 전기가 모자란다 석탄이 에너지로 사용되는데도 겨울에는 전기가 모자라니 가끔씩 뜬금없이 전기가 끊어진다. 그러면 어떡하나 오들오들 떠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옷을 4겹 5겹 입고 더 두터운 겨울 외투를 입고 냉방을 견디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온 몸에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 어쩌랴...이 정도 되면 샤워 같은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 이렇게 사는 거야. 그러다 전기가 오면 전기 왔네. 별로 대수롭지 않다.
괜히 우리들만 호들갑이다. 석탄 같이 답답한 마음이여… 이 글을 쓰면서 벌써 네번째 석탄 난로로 왔다 갔다 했다. 석탄 같이 이렇게 캄캄하게 살아가는 거야. 그렇지… 그지…
그러나 활활 타 오른다. 새 빨간 석탄이 되어 활활 타오른다.
이 선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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