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공식 트레일러 화면 사진 : 유튜브채널 Madman Films 캡처


김일성 회고록이 지난 4월 1일 국내에서 출판되고, 이 책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되는 상황에 오히려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된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암살자들(Assassins)'이 지난달 10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예술영화'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뉴데일리가 14일 보도했다.

영진위는 이 영화가 '독창성'이나 뛰어난 '미학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에 '암살자들'의 수입 및 공동배급을 맡은 더쿱과 왓챠, 제공사 Kth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영진위에 '암살자들'의 예술영화 불인정 사유와 명확한 심사기준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배급사 측은 “'암살자들'은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공개 돼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으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작품성으로 호평받은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라며 외국도 아닌 국내에서 예술영화로 인정받지 못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영진위의 예술영화 심사기준에는 ▲작품의 영화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국내외 작가 영화 ▲소재, 주제, 표현방법 등에 있어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특색을 보이는 창의적, 실험적인 작품 ▲국내에서 거의 상영된 바 없는 개인, 집단, 사회, 국가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문화 간 지속적 교류, 생각의 자유로운 유통, 문화다양성의 확대에 기여하는 작품 ▲예술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가 있는 작품 등이 있다.

영진위는 지난달 17일 배급사 측에 “예술영화인정 심의 결과, 위원회 과반 이상 의견으로, 심사기준 제1항 1, 2, 3, 4호에 따라 불인정을 결정했다”고 통지했다.

이에 배급사 관계자는 “'암살자들'은 유튜브 몰래 카메라 촬영으로 착각하고 살인을 저지른 두 여성의 실제 증언과 살인의 결과가 불러온 국제적인 문제를 통해 '인권'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 작품”이라며 “어떤 부분에서 심사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진위 관계자는 “오로지 심사기준에 따라 예술영화 불인정이 결정된 것”이라며 “내용이나 특정 장면, 혹은 제작 규모 등으로 불인정 결정이 내려진 게 아니다”면서 일각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고 지적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문제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김일성 회고록'은 출판을 허용하면서,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로 외국 영화제(선댄스영화제)에도 초청된 작품을 예술영화가 아니라고 해석한 것은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배급사 측은 지난 1일 영진위에 예술영화 재심사 신청을 냈다. '암살자들'의 예술영화 여부를 재검토하는 영진위 예술영화인정소위원회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예술영화는 상업영화와 달리 예술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영화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영진위는 문화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월 예술영화를 선정, 해당 작품들의 '예술영화 전용관' 상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개봉을 목표로 이 영화를 들여온 수입·배급사 측은 사실상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한편, 논란이 된 '암살자들'은 2014년 제30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더 케이스 어게인스트 8'로 감독상을 받은 라이언 화이트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미국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제작사가 만든 미국 영화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암살자들'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98%, 팝콘지수 94% 등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재구성한 '암살자들'은 암살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암살에 연루된 두 여성의 관점에서 제작됐다.<복음기도신문=크리스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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