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선교사를 지낸 현장 목회자이면서 서울신대·애즈베리신학교의 석좌교수로서 최근까지도 다양한 저작활동을 하고 있는 신학자, 홍성철 박사를 만났다. 그의 삶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들어본다.

보통청년 홍성철


저는 서른다섯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신학을 시작했어요. 예수 믿은 것은 스물 다섯살 때였는데 그전에는 교인들 쫒아다니면서 핍박도 많이 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다닐 때였는데 영국 교수 한 분이 들어와서 얘길 하는데 통 못알아 듣겠는거예요. 영어를 도통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에 나 자신이 무척 쇼크를 받았죠. 그래서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미국 사람을 사귀어 더듬 더듬 영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소개로 '조이클럽'을 알게 되었는데, 거기서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영어로만 모임을 한다 그러길래 영어에 솔깃해서 나를 데려가 달라고 했죠. 사회자가 처음 온 사람은 일어나서 영어로 자기 소개를 하라고 했는데 못알아 듣고 그냥 앉아있을 정도로 영어를 못했어요.

그 모임에서는 미국 선교사들 세 명이 성경을 가르치는데 '간증의 시간'이란 것이 있었어요. 그 시간에 한 학생 하나가 자기는 예수를 믿고 인생의 목적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학생도 예수믿고 인생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나 화가 났어요. 그들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뛰쳐 나왔어요. '말도 안돼, 나도 아직 인생의 목적을 못찾았는데 지네들이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거의 다다랐는데 '만일에, 아주 만일에 그들이 진짜면 어떻게 할거야? 그들이 맞고, 내가 틀리다면? 오케이, 그럼 그들이 가짜라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만 가보자.'하는 생각으로 다시 그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그들을 주시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진짜같은 거예요. 사랑이 있는 것같고, 기쁨이 있어 보였어요. 시간이 흘러 그렇게 6개월 쯤 다녔는데 어느 청년이 수양회를 가자고 그래요. 저는 그 말을 난생 처음 들어봤어요. 그래서 물었죠. “수양회라는 것이 뭐냐?, 수양을 쌓는 곳이냐?” 그랬더니 토론도 하고, 운동도 하고, 가끔 설교를 듣는다고 하는 겁니다. 설교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앞의 두 가지가 맘에 들어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설교를 들어보니 모두 인간이 죄인이라는 이야기만 계속해서 하는 겁니다. 그래서 속으로 '저 목사들이 죄 많이 졌나보다. 그저 죄만 얘기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만 했죠. 80명 정도가 갔는데 예수 안믿는 사람은 저까지 8명 정도 되었어요. 그 여덟명을 제가 우리 방으로 데려와서 “저들의 꼬임에 절대 넘어가지 말자.”그러면서 동아리까지 만들었죠.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얘네들이 모두 변화되고, 나가는 겁니다.

구원의 밤


수양회는 밤 10가 되면 소등을 했습니다. 깜깜한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안와요. '정말 하나님이 계실까? 내가 왜 죄인이지? 내가 은행을 털었어? 사람을 죽였어?' 고민하다가 밤 12시가 되었는데 갑자기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청년 하나를 깨워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청년이 저에겐 상당히 인상적이었거든요. 자정이 된 시각에 옷을 입고 그 방으로 가고 있는데 저만치서 그 친구가 나를 향해서 오고 있는 거예요. 난 너무 놀랬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그 친구가 나를 위해서 소등하자마자 기도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밤 12시가 되었을 때, 내가 기도만 할게 아니라 그 친구를 깨워서 전도를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동시에 두 사람이 옷을 차려입고 나와서 중간에서 만난 것이었어요.

그날 외등 아래 앉아서 그 친구와 두 시간을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예수 믿는 사람들은 무식하거나, 죽기 직전의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청년은 굉장히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나님 얘기, 예수님께서 왜 십자가에서 죽으셨는지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죄인인 것, 심판의 이야기 등을 설명하면서 자기의 간증을 주욱 들려주었어요. 두 시간만에 그와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를 위한 기도를 하는데 우는 거예요. 물론 그것도 충격이었어요. 그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왜 울면서까지 기도를 하는지… 헤어지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복음을 들었으니 이제 네가 결단을 해야할 시간”이라는 겁니다.

그는 갔지만 나는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날이 1966년 8월 15일 새벽이었어요.
엎드려 '기도'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정말 계십니까? 계시면 나에게 보여주십시요.” 그러나 하나님은 나타나지 않으셨고, 답답해서 죽겠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정말 하나님이 계시다면 제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하는 기도가 끝나자마자 죄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순간 '아, 하나님이 계시구나, 내가 죄인이구나,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그 청년이 했던 기도를 생각해냈어요. “예수님, 제가 십자가 앞에 나옵니다. 나의 죄를 용서해주십시요. 제 마음을 엽니다. 저에게 들어와 주십시요. 저의 남은 인생을 주님께 바치겠습니다”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내 마음 속에 그렇게도 갈등이 심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평안해지고 잠잠해졌습니다. 내 안에 뭔가 일어났는데 뭔지는 모르겠어요. 방안에 들어갔는데 성경이 읽고 싶어졌어요. 요한 복음 1장을 읽었는데 한 마디도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러면서 “하나님, 처음으로 성경을 읽었는데 한 마디도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너무 기쁩니다.”하고 기도를 했는데 기도를 어떻게 마치는지 몰라서 쩔쩔매다가 “그러면 하나님, 안녕히 주무십시요”하고 기도를 마쳤어요.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났는데 기쁨으로 마음이 넘치는 겁니다. 요한복음 2장을 읽었어요.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세면을 하려고 바깥으로 나갔는데 하늘, 구름, 나무, 산, 땅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게 보이는 겁니다. 그때 가슴을 열고, 두 팔을 벌려 '웰컴'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제가 구원을 받았어요. 그때가 대학교 4학년때였습니다.


새롭게 보여주신 세상에서 10년이 지나가는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전도하는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아이들이 뒤집어지고, 변화되면서 많은 간증들과 함께 부흥이 일어났습니다. 성경을 배우러 고등학생들이 토요일마다 우리 집에 50명씩 왔으니까요. 그 학생들 중에는 지금까지도 교제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컬럼버스 반석교회에서 은퇴한 박성만 목사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뉴질랜드 유학중에 만난 불교신자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이던 1971년, 뉴질랜드로 유학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추천을 받은 30여 명이 시험과 인터뷰를 통해 다시 걸러져 7명만이 국비장학생으로 가게 되었는데 운좋게도 가장 좋은 성적으로 뽑히게 되었어요. 가보니 '콜롬보 플랜'이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의 클래스메이트 중에 태국 여교수가 있었는데 이 분은 열렬한 불교신자로 자기가 여기 오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해서 다섯 사람에게 꼭 전도를 하겠다고 기도를 했대요. 그리고 매일 새벽 5시에 기도를 하는데 그가 제일 먼저 선택한 사람이 나였어요. 어느 날, 점심시간에 저에게 전도를 하며 책을 빌려주겠다는 겁니다.

내놓는 불교서적을 보며 화는 났지만, '내가 언젠가 불교 신자에게 전도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불교에 대해 아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불교서적을 4권을 열심히 읽고 갖다 주었죠. 이번에는 내가 책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하며 'The Amazing Creation of God'이란 책을 빌려줬습니다. 크리스천 과학자가 창세기 1장을 풀어 쓴 책으로 정직하게 읽었다면 예수믿지 않을 방법이 없어요. 아주 굉장한 책이예요. 제대로만 본다면 결코 하나님을 부인할 수 없는 책이죠. 어느날 책을 다봤다고 하면서 주길래 “재밌게 잘 봤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해요. 돌려줄 필요없다고 가지라고 했죠.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친구는 그 책을 반밖에 안읽었대요. 보다가 너무 떨려가지고, 다 읽으면 큰일 날까봐… 겁이 났겠지요. 결국 전도를 포기했어요. 워낙 뚫기 어려둔 상대였으니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성령의 역사


뉴질랜드를 떠나기 며칠 전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웰링턴에서 가장 큰 교회에서 평신도인 제가 설교를 맡았다니 한 번 와보겠다고 하는 겁니다. 한 번 더 복음을 전할 기회가 왔기에 6시간을 전도했지만 별 변화는 없어 보였어요.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다가 다시 불러 성경의 아그립바 왕 이야기를 했습니다. “옛날 옛적에 왕이 한 명 있었다. 그 왕도 당신이 들은 복음을 들었다. 그는 자기에게 복음을 전한 사람에게 네가 나를 거의 크리스천으로 만들 뻔 했다.(Then Agrippa said unto Paul, Almost thou persuadest me to be a Christian.) 그리고 그는 구원이 없이 죽었다. 지옥에 갔겠지. 마찬가지로 당신도 거의 믿을 뻔했지만 크리스천이 되진 않는구나.”라고 얘기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녀는 그날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합니다. 'Almost thou persuadest me'라는 말이 그렇게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히며 들려왔답니다. 한 밤중에 결국 '하나님 저를 살려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그녀의 말로는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통곡을 하면서 예수님을 만났어요. 떠나는 날 아침, 짐을 싸고 있는데 그 교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다시 만난 그녀는 성경을 들고 있었는데 얼굴에서는 광채가 났어요. 전 말이 안나왔어요. 약혼자인 같은 대학의 교수와의 결혼을 이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는 말에 고린도후서 6장 14절 이하를 읽어주며, 기도하는 방법과 성경읽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돌아왔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그녀의 약혼자는 자기의 약혼자가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고, 자기가 이제 크리스천이 되었으므로 전화하지 말라는 대답에 편지로만 600통씩 서로 오고 갔답니다. 미국에 유학 중이던 약혼자는 자기 약혼자를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성경을 하루에 7시간씩 읽었답니다. 고린도 전서 13장을 읽다가 “약혼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께서 두 가지를 버리라는 마음을 주셨답니다. 첫째는 너의 죄를 버리라, 둘째는 너의 불교를 버리라. 결국 이 남자분은 두 가지를 버리고, 태국의 침례교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태국도 결혼 하객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주고 받은 600통의 편지를 간증문으로 묶어 하객들에게 전달했고, 이 간증문은 빌리 그래함 전도협회의 책자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대담 이윤태 발행인·정리 한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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