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병원이 차량폭탄 테러로 분주한 모습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고 도시로 몰려가면서 시골 지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평화가 찾아왔다. 16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한 달 전 재집권한 뒤 아프간 시골 지역의 폭력 사건이 대폭 줄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침공으로 촉발된 아프간 전쟁으로 정권을 빼앗긴 탈레반은 도시에서 쫓겨나 시골에 숨어들면서 마을 주민들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 했다.

시골 마을 경찰 초소, 군부대를 상대로 한 탈레반의 테러 공격이 끊임없이 반복됐고, 외딴 길에 검문소를 만든 뒤 지나가는 차량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았다. 탈레반 축출을 목적으로 시골에 배치된 정부군의 등쌀도 주민들을 힘들게 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탈레반 재집권 후 10만명도 안 되는 탈레반 병사들은 수도 카불과 각주의 주도로 몰려갔고, 시골 지역은 그들의 주된 관심 밖으로 벗어났다. 서구화된 도시 지역과 달리 아프간 시골은 본래 탈레반에 크게 저항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올해 5월부터 미군·국제동맹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농촌·시외지역부터 장악하면서 상당수 지역에는 지역 원로 등의 중재로 무혈입성했다. 가령, 아프간 북동부 바다크샨주의 싱난지구는 탈레반 병사 6명에 의해 간단히 점령됐다.

탈레반이 한 달 전 수도 카불까지 모두 장악한 뒤 시골 지역은 역설적으로 평화를 찾았다. 와르닥주의 차키와르닥 마을 병원 의사 파리둘리 라히미는 “지난 22년 동안 무력 분쟁과 관련된 환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민간인은 물론 정부군, 탈레반 병사들을 치료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병원에 아직은 의약품이 남아있지만, 은행이 문을 닫았고, 직원들에게 월급 줄 돈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라히미는 “우리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는 것을 봤지만, 병원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병원 직원 65명 가운데 14명이 여성인데, 탈레반은 여성이 의료분야에서 계속 일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시골 주민들은 이전 정부군이나 탈레반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반응과 함께 정부군에 대한 적개심도 보였다. 주민 파즐 우르 라흐만(55)은 “이전에는 치안이 매우 나빴고,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괴롭혔다”며 “그들은 사람을 때리고 물과 음식을 가져오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사람들이 밤에 어디를 가든 총에 맞을 위험이 있었다”며 “총알이 우리 집에 마지막으로 비켜 맞은 지 꽤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압둘라 아유비는 정부군과 탈레반의 전투로 2년 전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났다가 지난달 초 돌아왔다. 아유비는 “탈레반 또한 부패한 것이 맞지만, 지난 정부군 소속 군인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며 “그들은 돈을 빼앗은 것은 물론이고, 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만으로 탈레반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군과 미군이 탈레반을 찾는다고 마을을 뒤지다 자신의 형을 바그람 기지로 끌고 가 고문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18개월 만에 풀려난 형이 탈레반에 합류해 로켓포 전문가가 된 뒤 정부군과 싸우다 전사했다고 가족사를 털어놨다.

한편, 아프간 시골 마을의 총성은 탈레반 재집권 후 멈췄지만, 오랜 가뭄과 식량부족에 따른 빈곤 문제가 커지는 상황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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