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를 상대로 일본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오른쪽) 씨와 후쿠다 켄지 변호사가 지난달 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채널 FCCJchannel 캡처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들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오는 14일 열린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최근 전했다.

이에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인권 유린에 대한 북한 정부의 책임을 따지는 일본 내 첫 민사재판에 대해 매우 상징적이며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인권 책임 규명 노력의 일환… 인권 유린에 최고지도자 연관 확인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이번 일본 사례를 비롯해 최근 일련의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들은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북한인들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노력에 생긴 동력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정부가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배상하도록 미국 법원이 판결을 내린 것을 언급하며, 이번 일본 소송 건 등은 “궁극적으로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북한인들을 기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내 인권유린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 이래 각국 법원과 민간단체, 유엔의 책임 규명 노력이 더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도 이번 일본 소송 건이 북한 내 인권 유린에 최고지도자가 직접 연관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중요한 선례가 된다면서 “반인도 범죄 등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해 명령 체계의 정점인 김정은에게까지 책임을 지운다”는 선례를 남긴다고 평가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각국 법정에서 이러한 판례들이 쌓여서 외국인 뿐 아닌 북한인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인권단체 “일본 정부가 책임규명 앞장서야”

한편,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8일 성명을 내고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열린다며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 단체는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용기 있는 5명의 사례를 보고, 북한에 남아있는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와 후손의 송환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제사회도 재일 한인 북송사업과 관련해 수십년 간 지속되고 있는 '잔혹 행위'를 인식하고 구명 노력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북송사업의 피해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조직적인 인권 유린을 겪었다”며 “이 심각한 유린이 일본에 거주하던 사람들에게 자행됐기에 북송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와 책임 규명 노력에 일본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북송사업 피해자 “배상금보다 실질적인 법적 처벌 원해”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14일 열릴 재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법정 출석을 명령했다.

이 소송은 1959년에서 1984년까지 북한 정권이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갔다가 탈출해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 한인 피해자와 가족 5명이 지난 2018년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3년 만에 처음 재판이 열리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 정부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속여 재일 한인 가족을 귀국하도록 유인한 뒤 굶주리게 했을 뿐 아니라 신분 차별, 이동의 자유 제한 등 가장 기본적인 인권까지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으로 1인당 1억엔, 미화 90만 달러를 청구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올해 79살의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앞서 VOA에 배상 액수보다 북한 내 책임자들에게 실질적인 법적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재일 한인 북송사업을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했다.<복음기도신문=크리스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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