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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용 소고기 22.1%, 스테이크용 돼지고기 19.2%, 베이컨 및 브렉퍼스트 소시지 14.6%, 달걀 12.6%….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된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세부 내역이다. 미국인의 주요 먹거리가 1년 전보다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올라 5개월 연속 5%대 상승을 이어갔다. 그런데 미국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금의 물가 상승이 팬데믹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물가 상승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점차 우세해 지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아담 포센(Adam Posen) 소장은 “아마도 2022~2023년까지 연준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노동자들은 임대료를 포함해 많은 생활필수품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기업은 가격을 더 인상하고, 근로자는 다시 추가 급여 인상을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 효과다. 물가상승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져 임금이 오르고, 이는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되고 있는 주요 데이터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9월 CPI 세부 내역을 보면 휘발유 및 무연 가스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43.3% 올랐고, 트럭을 포함한 차량 렌트 비용은 42.9%가 올랐다. 미국 임대주택 플랫폼 드웰시에 따르면 올해 임대료 평균은 지난해 대비 9.6% 상승했다. 주거비용과 생활필수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체감 물가가 데이터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력 부족이 지속하면서 임금 인상 속도도 빠르다. 애틀랜타 연준이 노동통계국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임금 추적기'를 보면 이직자들은 1년 전보다 시간당 5.4% 임금 인상을 받았다.

WP는 “이직자들은 직전 근무지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게 보통인데, 그 격차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라며 “경제학자들이 임금 인상의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주가 높아진 임금 비용을 더 높은 가격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해 인플레이션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필품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소비자 심리에도 이미 반영되고 있다. 미시간대학 소비자연구센터는 지난주 “소비자들이 내년 물가 상승률을 4.8%까지 예상한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런 지표가 나오면서 보수 언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크리스마스를 훔친 괴물 그린치'로 묘사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물건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치솟아 우울한 연말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크리스마스를 훔친 바이든 스티커'를 판매하는 쇼핑몰까지 등장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지지층 이탈을 불러오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WP는 “9월 초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44%까지 떨어졌다”며 “흑인, 라틴계, 여성, 젊은층 등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지지가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퓨 리서치센터 여론조사를 보면 흑인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7월 85%에서 지난달 67%로 떨어졌다. 히스패닉과 아시아 계층에서도 각각 16% 포인트, 14% 포인트 하락했다.<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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