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2030'을 발표했다. 사진: 유튜브채널 Reuters 캡처


집권 초부터 점진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왔던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정책을 뒤집고, 원자력 발전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유럽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천연가스 11월물 거래 가격이 1년 전의 8배까지 뛰 데다, 코로나19 사태 안정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불안한 신재생에너지 탓에 에너지 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2030'이란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원전과 수소 발전을 에너지 분야의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고 국내외 언론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유럽 최대 원전 대국인 프랑스는 그동안 점진적인 탈원전을 추진해왔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2030'을 계기로 원전을 다시 키우고 수소 산업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쪽으로 에너지 산업의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프랑스 2030… 원전 육성을 강조한 에너지 산업 전환

마크롱이 이날 발표한 '프랑스 2030'은 에너지·교통·바이오·자본시장·전자 부품·농업 등을 망라해 향후 5년간 300억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하는 산업 발전 전략이다.

그는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앞세워 프랑스를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산업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크롱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폐기물 관리 개선에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를 투입하겠다며 원전 육성을 강조한 에너지 산업의 전환을 내비쳤다. 투자 액수로는 전체의 30분의 1이지만 점진적 탈원전이라는 기존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천명했다.

마크롱은 또 수소 연료전지 등을 생산하는 기반 시설인 '수소 기가 팩토리'를 2곳 설립하겠다고 했다. 그는 태양광과 해상 풍력 발전을 합쳐서는 원전 분야의 절반인 5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마크롱이 원전과 수소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탄소 배출이 적은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산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전날 EU(유럽 연합)에 올해 말까지 원전을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 목록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친환경 시대로 전환을 주도해 온 유럽… 원전 회귀 바람 불어

이에 앞서 지난 11일 핀란드와 체코 등 유럽 10개국 경제장관들은 유럽 주요 신문 기고문을 내고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 10개국 16명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이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기고문을 11일(현지 시각) 일간 르피가로를 비롯한 유럽 여러 신문에 게재했다. 이들은 “원자력 발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라며 “올해 말까지 유럽연합(EU)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리스트에 원전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장관들은 “기후 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라고 말했다. 이들은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유럽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전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번 공동 기고문은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과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산업장관을 비롯해 핀란드·체코·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불가리아의 경제 또는 에너지장관 16명이 작성해 서명했다.<복음기도신문=크리스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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