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리커창 연설문 포함…中 최고등급 기밀 문서
위구르족 탄압 상황 담겨 “신장 테러, 중국확산 차단”
문건엔 “유출 시 국가 안보와 국익에 심각한 위해” 표기


중국 내 소수민족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공산당 당국의 '직접 탄압 지시' 등이 담긴 내부 문서, 이른바 '신장 문서(Xinjiang Papers)'가 온라인에 공개됐다.

 

11월 27일, 영국 런던 소재 독립재판소 '위구르 재판소(Uyghur Tribunal)' 특별 세션에서 미국 공산주의희생자추모재단(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독일 인류학자 아드리안 젠츠(Adrian Zenz) 박사가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내부 문서 11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서들은 올해 9월 위구르 재판소에 고해상도 자료로 전달돼 위구르족 자치구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위구르 재판소는 2020년 9월, 영국 칙선변호사(Queen's Counsel) 제프리 니스 경(Sir Geoffrey Nice) 주도로 발족했다. 재판소는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실태를 조사하고,집단 학살 발생 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기 위해 설립됐다.


중국 신장위구르족자치구 내 인권 실태를 폭로해온 젠츠 박사는 “문서들은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공고히(safeguard) 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문화 제노사이드(Genocide: 고의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을 제거하는 학살의 한 형태)를 자행하려는 장기적인 의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젠츠 박사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University of Auckland)에서 석사 학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티베트·신장 위구르 자치구 연구 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2017년, 젠츠는 신장 위구르자치구에 강제수용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증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폭로했다. 이번에 폭로한 자료는 2014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발행된 중국 공산당 내부 문서 11건으로 총 300페이지 분량이다.

이른바 '신장 문서'로 알려진 문건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천취안궈(陳全國)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산당위원회 서기의 연설문도 포함됐다.

 

그중 시진핑 연설문을 포함한 일부 문서는 '국가 일급 기밀'로 분류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은 해당 문건에 유출 시 “국가 안보와 이익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해당 문건의 진위여부는 제임스 밀워드(James Millward) 미국 조지타운대 월시외교대학 교수, 데이비드 토빈 (David Tobin) 영국 셰필드대 동아시아학대학 조교수가 공동 검증했다.

 

신장문서에 따르면 2014년 시진핑은 “중국 대외 정책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국내 안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신장위구르족자치구 남부의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안보와 21세기 중국의 주요 목표 달성에 위협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해당 연설은 2014년 3월 1일,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중국인 31명이 사망하고 140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 발생 수주 후 행해졌다. 당시 시진핑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정의를 실현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발생 후 중국 공안 당국은 '테러 배후에 신장 위구르 독립 세력이 있다'고 지목했다.

 

연설에서 시진핑은 “신장지역의 폭력적인 테러 활동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하여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살인하는 악마다. 종교적 극단주의는 강력한 환각제”라고 맹비난하며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을) 수용시설에 입소 시켜 재교육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시진핑은 “종교적 극단주의의 테러리즘 사상을 제거하지 않으면 폭력적 테러 행위는 암세포처럼 증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은 신장위구르족자치구 내 어린이 대상 기숙학교 시스템을 조직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위구르족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살고, 배우고, 자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이 언급한 '기숙학교'는 무슬림 어린이를 조직적으로 가족, 신앙, 언어로부터 격리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기숙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관리를 받고 다수 학교 시설에는 전방위 감시체계, 접근 경보 시스템, 1만볼트짜리 전기 울타리가 설치돼있다고 보도했다.

 

2014년 연설에서 시진핑은 이슬람 종교적 신념을 억제해야 한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그는 “이슬람을 부흥하려는 일부 사람들의 신념을 억제해야 한다. 편향된 이슬람은 잘못됐고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종교는 사상 의식이 진보함에 따라 점차 소멸할 것”이라는 공산주의 창시자 중 하나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발언을 인용하기도했다.

 

또 다른 연설에서는 시진핑은 “인구 비율과 인구 안보는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말했다. 2022년까지 '정착민 30만명(대부분 중국 동부 출신의 한족)'을 신장 남부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 내 한족 인구 비율을 증가를 사실상 지시 한 것이다.

 

한 문건에 의하면 천취안궈 신장위구르자치구 중국공산당 서기는 관리들에게 직접 “(재교육 시설에) 수용해야 할 사람들을 모두 소집하라”고 지시하며 “이 지역의 직업 재교육 시설이 장기간 확고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천취안궈는 재교육캠프가 “직업 훈련, 교육, 탈바꿈(transformation)센터”라며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좋은 실천 사례라고 밝히기도 했다.

 

젠츠 박사는 해당 자료들이 “재교육 시설에서의 강제수용, 강제 노동, 강제 이주 등 2014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지시와 이후 신장에서 발생한 상황의 여러 연관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서”라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의 보도에 의하면, 시진핑의 연설문은 신장위구르족자치구 당·정 간부에게 '중요 연구 자료'로 전달되기도 했다. 일종의 학습 자료인 셈이다. 가디언은 2017년 2월, 이른바 '위구르 재교육캠프'가 본격 가동되기 몇 주 전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정 간부들이 매주 최소 2시간 동안 시진핑의 연설 2개를 집중 학습했다고 보도했다. 강제 수용 등 일련의 조치 시행을 앞두고 준비 차원에서 전달된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젠츠 박사를 중국 공산주의를 파괴하려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비판한 바 있다. 신장위구르족자치구의 정치, 경제, 종교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다”고 반박해 왔다.

 

'신장(新疆)' 이라는 지명은 이 지역을 정복하여 중국 영역에 포함시킨 청(淸) 건륭제(乾隆帝)가 '새로운(新) 강역(彊域)'이라는 뜻을 담아 붙인 것에서 유래했다. 청 말 중화민국 초기 독립을 선언하였으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강제 편입되어 '위구르족자치구'가 됐다.

 

면적 166만㎢의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전체 영토의 ⅕을 차지한다. 석유,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다. 아프가니스탄 등과 접하며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등 지정학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 정부는 이지역의 분리 독립 운동을 경계하며 강경 탄압을 실시하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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