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랜스버가이(왼쪽)가 지난 16일 디트로이트 중부연합감리교회에서 아내 플로라의 손을 잡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체류자 단속이 강화된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를 보호하고 있는 현지 교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 정책에 맞서면서까지 약자를 보호하려는 교회 공동체의 활동이 마치 '현대판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일간 USA투데이는 디트로이트에 있는 중부연합감리교회(질 준델 목사)가 알바니아로 쫓겨나게 된 불법 체류자 데드 랜스버가이(48)를 보호 중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랜스버가이는 2001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입국했다. 아내 플로라(44)가 중추신경계 면역질환의 일종인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은 뒤 임시로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 이민관세사무소(ICE)는 그가 지난해 10월 필요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방 결정을 내렸다.
ICE 결정에 따르면 랜스버가이는 오는 25일 본국 알바니아로 떠나야 한다. 하지만 그는 거동이 불편한 아내 플로라의 유일한 보호자다. 플로라는 와병을 이유로 추방되지 않지만, 혼자서는 요리도 샤워도 할 수 없다. 랜스버가이는 “이렇게 아픈 아내를 돌보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정이 알려지자 중부연합감리교회가 팔소매를 걷었다. 준델 목사는 “이들은 테러리스트도 아니며 국가 안전에 해를 끼치지도 않았다”면서 “교회를 피난처 삼는 이들을 섬기는 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CE가 교회로 들어와 랜스버가이를 체포하려 한다면 교인들이 SNS에 생방송으로 영상을 퍼뜨릴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교회 측은 끝까지 랜스버가이 가족을 보호할 예정이다. 이들은 16일 중부연합감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을 떨어뜨리는 일을 그만두라”고 호소했다.
앞서 현지 한국계 이민교회들도 국경을 초월한 사랑에 동참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이민교회 관계자들은 뉴욕 플러싱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인교회들이 체포와 추방의 공포로 떨고 있는 불법 체류자들의 피난처가 돼 주자”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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