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와 진보, 그 사이에서 교단 신학을 정립한 故 이종성 박사

Ⅰ. 나의 신앙과 신학

한국장로교회의 신학적 위치 ②

이종성 박사가 장신대 학장이 되면서부터는 좀 더 노골적으로 그리고 활발하게 학문활동이 전개되었고, 명실공히 “경건과 학문”의 전당으로 탈바꿈을 하게 됐다. 1974년에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온 후부터는 성경비평학이 더 활발하게 강의되었고, 구미 각국으로 유학을 갔던 젊은 교수들이 돌아온 후에는, 거의 완전히 개방된 분위기에서 학문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통합 측 장로교회의 저류에는 변함없이 정통주의 보수신앙과 신학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신학생들이 학문적으로 보다 진리에 가까운 지식을 가지고 나가지만, 일반 교회는 그들의 가르침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는 반발을 하거나 거부하는 형편이다. 그것이 오늘의 통합 측 장로교회의 현 주소이다.


합동측은 아직 정통보수주의를 사수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는 동시에, 여전히 성경비평학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달리 말한다면 17세기의 정통주의 신학을 그대로 견지하고, 성경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고작 성경 원어 공부를 강조하여, 원어로 성경을 읽는 일을 강조하는 정도이다. 말로는 하등비평 곧 본문비평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그 고등한 학문을 실시하거나 강조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현주소이다. 다시 말해서 합동측은 학문이 없는 것이 특색이고 또한 약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깔뱅(Calvin)의 후예로 자처하기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면서도, 깔뱅의 정신과 신학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그들의 모순이다. 고려 파의 신학과 신앙은 합동측의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장로교회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다 같이 정통보수주의 바탕을 가지고 있는 교회들이지만, 기독교 장로교회와 예장통합 측 장로교회는 학문을 장려하고 실시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고, 합동측과 고려파 교회는 여전히 학문을 무시하고, 반대하고, 혹은 정죄하고, 고정된 17세기의 정통신학과 신앙만을 집착하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독교 장로교회는 학문 활동을 조금 앞서서 시작하면서 그렇지 않은 예장 측에 대하여 우월감을 가지고, 때로는 멸시하는 태도를 가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학문 활동에 있어서도 통합측 예장이 그들을 앞질러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더 이상 통합측을 멸시하거나 깔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벌써 여러 해 전, 한신대 안병무 박사가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즉 오랫동안 장신대를 깔보던 그가 나에게 하는 말이 “이제는 백기(白旗)를 듭니다.”고 하였다. 즉 안 박사는 나와 같이 복음동지회의 회원으로써 솔직한 그의 심정을 나에게 토로한 것이다. 한신대 교수의 입장에서 장신대를 향하여 백기(白旗)를 든다는 뜻이다. 더 이상 자기들이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기장 측은 기독교 사회 운동에 앞서간다는 점에서 특이하고, 좀 더 개방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반하여 우리 통합측은 경건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개 교회 발전과 선교에 열중하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한국 장로교회는 여러 면에서 종교개혁 정신을 잃고 종교개혁 이전으로 돌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중세신학에 항거하고(protest) 개혁한 교회에 속한다고 하면서도, 여러 면에서 중세 신학을 다시 답습하고 있는 형편이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말로는 부르짖지만, 우리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17세기의 정통주의라는 교리를 성경보다도 앞세우고 있다.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를 부르짖으면서도, 우리는 기복사상을 강조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복을 받고 구원을 얻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루터는 성경에 입각하여 우리 모두가 제사장인 것을 강조했는데, 한국교회는 목사만이 제사장인양 말하기 때문에 저마다 자기 직업을 버리고 신학교로 모여들고 있다. 그래서 목사의 수는 늘어가고 목사들의 질은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 우리 각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성도가 되었기 때문에, 삶 전체가 거룩해야 하고, 거룩하게 살아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목사가 되어야 더 거룩하고, 더 거룩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 때문에 저마다 신학생이 되려고 한다. 이런 모든 것이 개신교신학에 위배되는 것인데, 한국교회는 그 옛날의 중세 신학으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혁전통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우리 교회가 더더욱 문제가 많은 교회이다. 즉 개혁전통에서는 우리의 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따라서 학문을 장려하고 있는 바, 우리는 구태의연 전통에만 매달려 있으며, 하나님이 주신 지성을 십분 활용하여, 하나님의 진리를 탐구하는 일에 매진하지 않고, 반대로 소극적이고, 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학문을 배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혁전통은 이미 루터와 더불어 개혁했어야 하고, 하나님이 주신 지성을 가지고 계속 개혁하며, 진리를 향하여 계속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학문에 대하여 소극적이고, 새롭게 진리를 말하면 이단으로 취급하고,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 <계속>


박창환목사

(전 장신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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