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하게 된 경위를 소개해 주시고, 어떤 계기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북한 당국은 매일같이 교육을 합니다. 북한은 지상 최고의 낙원이고, 지구상에 그 어떤 나라나 민족도 누리지 못한 최고의 행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이것은 위대한 지도자인 김씨 일가들이 북한을 이끌어가기에 가능한 영광이라고 선전을 합니다. 그런 행복한 천국에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아사 사태가 벌어졌고, 식량을 구하러 국경을 넘은 수 십만의 북한 어머니들은 중국 땅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말 비극입니다.


풀만 뜯어 먹고는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해준 할머니의 시체 앞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교로 가지 않았고, 오직 먹을 것을 찾아 헤맸습니다.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꽃제비'(길거리를 떠도는 어린 거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쓰레기를 주워먹기도 하고 달리는 열차에서 석탄을 훔쳐 팔아 조금의 옥수수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식량을 구할 목적으로 처음 중국으로 탈북했을 때 북한 밖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된 후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시체가 나뒹구는 북한은 더 이상 천국이 아니고 신앙을 가진다는 이유로 온 가족과 친인척까지 정치범 수용소를 가는 나라는 더 이상 나에게 조국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중국에는 많은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궁금증이 저의 발길을 이끌었고, 저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하나님, 북한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게 주세요”, “고향으로 무사히 나가게 해주세요”하고 함께 교인들과 중보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사람들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저는 북한으로 돌아가서 체포되었고, 극심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 고문의 주된 이유는 “병신 주제에 구걸하려 다니는 것이 국제사회의 카메라에 잡힐뻔 했다”는 것과 “천국을 만들어 주신 수령의 권위를 손상시켰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다가 열차바퀴에 손과 다리를 잃은 것도, 중증장애로 구걸하려 다녀야만 했던 그 삶의 중심에 북한당국의 잘못이 있음을요. 그 후 6년간 끊임없이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저에게 하루만이라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날을 허락해 주세요.”라고. 그리고 그 간절한 기도는 이루어졌습니다. 2006년 4월 남동생과 함께 군인들의 눈을 피해 두만강을 넘는데 성공하였고, 중국 땅에 도착했습니다. 중국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저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큰 실망을 하였습니다. 믿을 곳은 하나님뿐이었습니다. 기도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때로는 체포당할 위기 속에서 주님께 기도를 드렸고, 정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에도 간절히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대한민국에서 저 같은 장애인을 도와 자유를 찾아주는 사람,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저를 택하신 그 분께서는 저를 흑암의 계곡에서 살리셨고, 생명의 길로 이끄셨습니다. 1만 킬로의 긴 여정을 거쳐 여러 국가들을 돌고, 돌아서 드디어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한국에서의 정착생활은 어땠나요?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쌀밥에 고깃국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입을 수 있는 여러 벌의 새 옷도 생겼습니다. 저의 인생에서 이런 행복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팔과 다리(의족, 의수)도 생겼습니다. 함께 온 탈북자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입국 후 2006년 11월 초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했습니다.
북한에서 탈북해서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삶은 모두가 다양할 것입니다. 저는 북한 이탈주민확인서와 함께 지체장애 2급(중증장애) 복지카드를 발급받아 대한민국 사회로 나왔습니다.


무엇부터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장애인이고, 그리고 탈북자이었습니다.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제 앞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하나님께서 저의 지팡이가 되어주실 줄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당당해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한반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누가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을 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믿었습니다. 장애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오른 손 하나로 컴퓨터 학원에서 공부하고 저녁에는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팔기도 했습니다.


대학생이 되는 꿈도 이루었습니다. 잘 정착해서 열심히 일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사실 북한상황에서 배우지 못한 공백의 학업지식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저에게 하나님은 새로운 꿈을 보여 주셨습니다. 지성호 혼자만 잘 먹고 행복하라고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보내주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미국 아리조나 피닉스, 투싼이라는 도시에 초청받아 강연을 하면서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살리시고 이끄시고, 세우시는 깊은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 민족을 살려라” “그 땅의 영혼들을 사랑하라. 복음을 전하라” 저의 정착은 “나” 에서 “우리”로 바뀌게 되었고, 이 땅에서 탈북자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진정한 하나됨이 우리가 먼저 맛보는 통일이요, 더 나아가 북한의 영혼들을 품을 수 있는 온전한 하나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인권운동을 하고 계신데 북한인권단체 나우 (NAUH) 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이 통일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때 우리는 복음과 자유민주주의를 전하는 전도사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때 앞장서서 헤치고 나아가며, 이끌어야 하는 사명이 지금 이 땅의 청년들에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들 앞에 떳떳한 사람들이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죽어갈 때 당신은 무엇을 하였냐고, 고향사람들이 물을 때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정착도 쉽지 않았지만, 당신들을 위해 행함을 하였다고.”


남과 북의 해외교포청년들이 하나가 되어 $200의 초기자금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두려움 없이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름 같은 무리, 하늘에 쌓아둔 하나님의 보화가 있으니 보내주신다는 언약이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알리는 캠페인 활동을 하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의 청년들을 깨우치고,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 시작한 나우(NAUH)를 통해 2011년부터 지금까지 구출한 탈북여성, 고아, 장애인의 수는 300명에 달합니다. 나우는 북한 인권의 피해자에서 그 인권을 지키고자 하는 옹호자가 되어 그 땅에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청년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교육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민주주의 진흥재단 (NED)DML 2018년 민주주의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되어서 워싱턴을 방문하고 미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되었는데 그 당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북한인권의 처절함과 유린을 알리는 일에 있어서 수백 번, 그리고 수십 년의 캠페인으로도 얻을 수 없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새해 방향을 결정하는 미의회 연두교서에 귀빈으로 초청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짚고 넘어 온 목발을 전세계를 향해 높이 들었을 때 모두가 기립박수와 환호를 해주었습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북한정권은 나를 장애인으로 만들고, 죽으라고 때리고, 구두발로 목을 밟혔던 저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기적적으로 저를 생명으로 이끄셨고, 보잘것 없는 저를 세워주시는군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거대한 사탄과의 싸움에서도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여.”


저녁에 열릴 연두교서 준비로 백악관에 들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영부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백악관 견학도 했습니다. 저는 조금 쉴 겸 창가 의자에 앉아 밖의 잔디밭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난 해, 9월초 바로 그 앞 잔디밭에서 탈북 대학생 10여 명이 북한에서 생활하는 꽃제비들의 삶을 그린 연극을 진행했었습니다. 백악관을 바라보며 울며 기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이 모습을 보고 관심가져주기를 간절히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도 채 안되어 반대편 자리에서 그곳을 지켜보게 되는 기도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며칠 후 탈북자 몇 분이 다시 백악관으로 초대되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고, 대통령과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2018년 6월 26일 나우는 미국의 민주주의진흥재단 NED로부터 민주주의 상을 받았습니다. 존경하는 “칼 거시만” 회장님께서 직접 상을 주셨고 수여식은 미의회에서 있었습니다. 민주주의 상,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재미교포들이 북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상황을 궁금해 하는데 북한의 기독교와 신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북한에 교회는 없습니다. 김일성·김정일 수령 신을 모시는 그 땅에서 우리는 또 다른 신앙, 즉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니까요. 온 가족과 함께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인생을 마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그 땅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숨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들을 일컬어 우리는 '지하교인'이라고 부르죠. 몰래 성경을 읽으며 찬송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에게도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각자에게 충성경쟁을 시켜 신분을 상승시키기도, 하향하게도 하는 북한에서 가족이라도 부모의 잘못을 보면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대한민국에서 전파를 타고 들어오는 순수 기독교 방송인 극동방송을 듣고 생활하던 중국 내 탈북자들이 복음을 들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중국 내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정권이 숨기고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막으려고 하는 기독교 복음은 오늘도 그 땅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복음의 역사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지성호 대표께서는 현 시점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고 계시며,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남과 북의 교류는 떨어져 지낸 세월때문에 변해버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창구인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시장의 확대로 주민들도 경제에 눈을 뜨게 되고, 남한의 한류와 질좋은 상품들을 경험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남한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현 체제 유지의 단면만이 아닌, 내면의 수많은 인권유린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 정부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함께 다룰 것을 약속하기도 하였습니다. 3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북한인권이라는 단어는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에게 북한의 현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그로 인해 균형된 시각을 갖고 통일을 준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북한의 핵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데 많은 국가들도 북한의 핵 폐기에 초점이 맞혀져 있습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제재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독립적으로 석탄과 같은 재료들을 수입한다든가, 남북교류로 인해 석유의 북한내 반입 등 문제점들이 야기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와의 큰 기조를 함께 해나갔을 때 핵의 폐기, 궁극적인 한반도의 평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과 지 대표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무엇인지요?
제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성경구절은 빌립보서 2장 1~4절의 말씀입니다. 함께 겸손한 마음으로 나보나 남을 낫게 여기라는 말씀이죠.


이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 안에 한반도의 통일은 선물로 쌓여져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받을 수 있도록 기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행동하는 믿음입니다. 그 땅에 가서 영혼들을 살리고 교회를 세우는 통일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셨을 때 “가라면 가겠습니다”라는 순종과 다짐을 외쳐주시길 기도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창조주께서 지으신 고귀한 영혼으로 여기고 다가가는 것입니다. 나보다 그들을 낫게 여기는 그 마음으로 함께 하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울며 세워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 사시는 재미교포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기도로 중보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날이 오길 기도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국정연설에서 소개한 탈북자이자 북한인권 운동가인 지성호 나우 대표가 목발을 들어 참석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대담·정리 노승빈 (백석대 교수, 본지 한국후원회장)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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