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향후 지구 시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구온난화가 극지방의 빙하를 녹이고, 녹은 물이 지구 자전축에서 멀리 퍼지면서 자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은 27일 1990년 이후 극지방 얼음이 녹아 지구의 자전 속도가 기존에 과학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느려지고 있다는 네이처지 발표 연구를 소개했다.

지구에서 24시간은 자전을 기준으로 하지만 자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 태양과 달에 의한 조석력이나 지진, 자전축 변화 등으로 인해 자전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이로 인해 지구 천문 현상을 기준으로 한 ‘세계시’(천문시)와 원자 진동수를 기준으로 만든 인공시인 ‘원자시’ 사이에 미세한 오차가 존재한다.

거의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오차가 누적돼 시차가 발생할 경우 과학자들은 이를 조정해 왔다. 이러한 초를 ‘윤초’(세계시와 실제 시각과의 오차를 조정하기 위해 더하거나 빼는 시간)라고 한다.

윤초는 1972년 처음 도입된 후 2016년까지 총 27차례 시행됐다. 모두 1초를 더하는 양의 윤초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지구 내부 핵의 변화 등으로 지구 자전 속도가 점점 빨라져 역사상 최초로 하루에서 1초를 빼는 음의 윤초가 이르면 2026년 시행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해왔다.

하지만 이날 네이처에 실린 연구는 지구온난화로 지구 자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의 자전은 해저의 조수 마찰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녹은 물이 극지방에서 적도 쪽으로 이동해 지구 자전 속도를 더욱 늦추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피겨 선수가 회전 시 팔을 모았을 때보다 펼쳤을 때 속도가 느려지듯이 극지방에 몰린 얼음 질량이 양옆으로 퍼지면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2026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음의 윤초 도입도 3년 뒤인 2029년까지 미뤄지게 됐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 지구물리학 교수이자 연구 저자인 던컨 애그뉴는 “지구의 시간 관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그뉴 교수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은 물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지구 전체의 자전에 눈에 띄게 영향을 미칠 만큼 충분히 많았다”며 “인간이 지구의 자전을 변화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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